[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문화공간, 카페 ‘아이갓에브리씽’
지난 4월, 전주시립송천도서관 1층에 카페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이 문을 열었다. 카페 아이갓에브리씽은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지원사업으로 공공과 민간이 연계한 신규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등에서 유휴공간을 제공하면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장비 구입 등을 지원하고, 민간이 위탁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아이갓에브리씽 송천도서관점은 전국 76호, 전주에서는 10호점이다.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 목적 사업 진행 카페 아이갓에브리씽은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사업이다. 전문적인 바리스타 훈련과정을 이수한 중증장애인을 고용하여 장애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지원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012년부터 카페 설치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2016년부터 점차 민간영역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카페 지원사업은 최소 2명 이상의 중증장애인 고용과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중증장애인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과 일자리 창출에 의미가 있다. 송천도서관점 역시 중증장애인 바리스타 2명과 매니저 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채용인력이 적다는 의견도 있지만, 단순히 채용인력의 수가 많고 적음보다, 카페 운영을 통해 중증장애인이 사회에 참여하고,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카페의 수익금이 발생하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장애인·비장애인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 카페 아이갓에브리씽 송천도서관점을 오픈할 때 중증장애인 바리스타 고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냐는 질문에 오히려 지원자가 많아 채용 과정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 직업 훈련과정은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어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한 장애인은 여럿이지만, 지역 내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자격 취득 후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리스타 유희송 씨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주로 집에만 있다가 카페에서 일하게 되어 좋다. 하지만 음료를 만드는 것 외에 설거지 등의 일을 할 때는 조금 힘도 들고 아직은 손님 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매니저 조수목 씨는 “장애인 바리스타는 늘 웃으면서 열심히 일한다. 그래서 일반 매장과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 중에 음료가 맛있다고 칭찬하거나 도시락을 선물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갓에브리씽은 단순히 음료만을 제공하는 카페가 아니다.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작은 사회인 것이다. △코로나19 여파 운영 어려움 겪어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는 카페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도서관 등의 공간은 휴관을 반복하며 정상적인 카페 운영이 어려웠다. 운영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카페 위탁을 맡은 민간 법인의 부담으로 작용했고, 필수인력 외에는 장기 휴직에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에 따라 중증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위해 코로나19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시스템 마련도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수익 창출 통한 고용 안정화·편견 해소 과제 유동인구 또는 상주인구가 적거나 도서관처럼 커피 이용이 주목적이 아닌 곳은 매출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송천도서관점과 삼천도서관점을 운영하는 두드림사회적협동조합(대표 최성원)의 김석 이사는 현재 판로확보와 매출 신장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중증장애인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는 사업의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 대상 체험프로그램 운영, 시즌 상품개발, 케이터링, 커피구독, 로컬푸드 활용 특화 프로그램 개발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중증장애인 고용 카페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도 시급하다. 조수목 매니저는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종사자가 위생에 최우선을 두고 있지만, 간혹 장애인 바리스타가 제조하는 곳은 위생이 안 좋을 것으로 생각하거나 잘 만들지 못할 것이란 편견이 있다. 음료를 만들다 실수할 때는 바로 폐기하고 새롭게 음료를 만들어 드리는 등 최상의 음료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로 인한 편견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신이 일터에서 우리(장애인)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곳에 접근할 수 없거나 고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극장에서도 우리는 같은 이유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일상에서 우리를 어디에서 보았는가?” 최근 출간된 미국의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Judith E. Heumann)의 자서전 <나는, 휴먼>의 내용 일부이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한 나라의 문화적 성숙 척도는 그 사회가 얼마나 약자 친화적인 인프라와 시스템을 설계하는가로부터 출발한다. 카페 아이갓에브리씽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어울리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민지 전라북도 사회서비스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