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말하는 ‘나의 문학’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셨습니다.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전할 때 기자들은 산타가 된다. 환희 속 울음을 터트리는 분들을 마주할 때면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마음 졸였을 수화기 건너편의 존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16년 동안 세 번의 도전 끝에 당선된 이도, 첫 작품 첫 도전으로 당선된 이도 있었다. 문학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들이 마침내 산타에게 선물을 받는다는 결말은 문청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유수진,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황지호, 수필 부문 당선자 이다온, 동화 부문 당선자 전소현 씨에게 당선 소감에 담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들었다. △ 나의 삶 그리고 문학
유수진= 대학에서 독어독문을 전공했지만, 전공 관련 일은 하지 않았어요. 현재는 프리랜서로 출판사 교정 일을 보고 있어요. 5년 전 시 전문지로 등단하고, 3년 전 단편소설로 문학대전에서 상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시를 쓰다가 힘들면 소설로 도망가고, 소설을 쓰다가 힘들면 시로 도망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1년 반 넘게 시도 소설도 거의 쓰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지난해 신년 계획에 신춘문예 도전하기를 넣었어요.
황지호=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그날을 기억할 수 있어요. 도서관에서 하근찬 작가의 수난이대라는 소설을 읽고 창문 너머를 봤는데 노을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이런 소설을 써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그날 처음 했어요. 국어교육,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20년 가까이 논술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어요. 신춘문예에 도전한 건 2004년, 2014년 전북일보였어요. 심사평에 소설이 언급돼 감사했지만 당선되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어요. 올해도 당선이 되지 않으면 신춘문예 투고를 그만하려고 했어요.
이다온= 대학에서 유아교육학, 아동심리학을 전공하고 10여 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십수 년 전부터 동리목월문학관, 시거리 동인에서 글쓰기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았어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암은 이전까지의 저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았어요. 그런 암을 받아들이며 투병 과정에서 느꼈던 상황을 글로 한번 써보자고 생각했어요. 병원 생활에서의 기록들을 다시 보면서 마음이 아프고 고통을 느꼈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전소현= 평소에 혼자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걸 글로 표현해내는 게 재밌어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게 됐어요. 대학에서는 문예창작을 전공했어요.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아직은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도전하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대학 아동문학 수업에서 신춘문예 응모를 기말고사 대체과제로 내주셨어요. 그래서 전북일보에 첫 투고를 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게 됐어요. △ 잊을 수 없는 당선의 순간
유수진= 전화가 오면 혹여 못 받을까봐 12월부터 벨소리를 최대로 해놓았는데, 그날 아침에 다시 벨소리를 원래대로 해 놓았어요. 아무래도 더 써야 전화가 올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책상 위를 정리하고 한글파일을 열고 앉아서 문장과 문장 사이를 무엇으로 채울까, 단어와 단어 사이를 어떻게 채울까 망연히 앉아 있다가 전화를 받았어요.
황지호=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한옥을 청소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당선 소식을 받고서 저는 걸레를 내려놓지도 못하고 아내를 안아 주었어요. 아내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어린 딸아이가 신기한 듯 오래 바라봤어요.
이다온= 코로나19로 휴원 상태에서 긴급보육 기간 중 통보를 받았어요. 교사회의를 마치고 모두 코로나 사태를 걱정하며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당선 소식에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니까 동료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전소현=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벨소리에 깨서 봤더니 모르는 번호여서 안 받을까 하다가 받았어요. 당선됐다고 들었을 때도 너무 얼떨떨하고,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상태여서 더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후에 온 당선 문자에 실감이 났어요. △ 앞으로 채워나갈 이야기들
유수진= 위로가 되는 시를 쓰고 싶어요. 저는 제 시의 첫 번째 독자에요. 저 자신을 위로하지 못하는 시가 제 안과 밖을 벗어나서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을까요. 시는 제 안에서 밖으로 시선을 넓혀가는 일 같아요. 또 음식을 담을 때 소재마다 그릇이 달라야 하듯, 시로는 담을 수 없는 이야기가 소설에는 어울리기도 해요. 소설로는 압박과 강요 등으로 기회를 보낸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황지호= 글로 감동을 주고 싶어요. 사라져가는 것들, 특히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서사 중심의 전통적인 소설에 관심이 많아요. 소설은 소재와 소재가 결합해 세상에 대한 하나의 비유를 만들어내는 게 큰 매력이에요. 긴 문장을 쓰는 즐거움도 있고요.
이다온= 읽으면 그림이 그려지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어요. 수필은 제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고, 그 삶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요.
전소현=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에 들뜨지 않고 꾸준히 저만의 속도로 글을 쓰고 싶어요. 원래는 소설을 전공했는데, 주변에서 겪었던 부당한 것에 대해 쓰고 싶었어요. 이번 기회에 아동문학과 동화에도 더 관심을 두고 제대로 글을 써 볼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