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사는 소외의 극복...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서비스 활성화가 해법
“채소 사려면 두시간... 농촌 식품 사막화가 우려된다.” 최근 한 뉴스에서 다루어진 농촌 마을의 현실이다. 이 마을의 유일한 가게에서 파는 먹거리는 라면과 과자, 조미료 정도가 전부이다. 손님이 적어 유통기간이 짧은 우유나 채소는 아예 판매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고령의 주민들이 채소를 사려면 10km 이상 떨어진 다른 지역 마트에 가야 하는데, 버스를 타고 2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식품 사막화 현상이 우리 농촌 곳곳에 발생하고 있다. 비단 먹거리 구매뿐만이 아니다. 각종 생활서비스도 부족해 지고 있다. 2022년 한국농촌연구원에서는 '인구감소 농촌 지역의 기초 생활서비스 확충 방안'보고서에서 인구감소에 따른 농촌 면(面) 지역 생활서비스 임계 인구를 조사했다. 임계 인구는 612개 인구감소 면 지역에서 2010년~2020년간 폐업한 기초생활 시설들을 추출하고 시설별로 폐업 시점 인구 중위값으로 산출한 값이다. 이 결과에 따르면, 병원은 3,205명 약국은 2,604명 식당은 1,882명 목욕탕은 1,743명이 임계인구이다. 인구 천명이 무너지는 면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인구 부족으로 최소한의 일상 생활서비스 조차 부족해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회서비스 문제도 마찬가지다. 2019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행한 노인돌봄시설 현황에 따르면 지역별 노인 하루 생활 반경(2km) 내 최소 1개의 돌봄 시설이 위치할 확률 평균을 조사했다. 재가노인복지시설이 존재할 확률은 일반시·자치구가 94.3%지만, 군 지역은 17.33%에 불과했다. 장기요양 기관도 일반시·자치구가 99.2%로 거의 100%에 근접하지만, 군 지역은 60.7%에 불과했다. 장애인의 서비스 이용 현황도 양상은 비슷하다. 2013년 전국 성인 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도시 지역의 발달 장애인의 주간보호, 활동 지원 등의 서비스 이용률이 32.8%에 달했지만, 농어촌 지역은 18.7%로 절반에 불과했다. 이처럼 농촌 지역은 생활서비스와 사회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여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이는 또 탈농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 논리에 의해 소외된 농촌 지역의 삶의 질을 회복하는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전남 영광군에 지역 어르신을 두루 살피는 여민동락 공동체가 있다. 여민동락 공동체는 사람, 지역사회, 자연이 조화로운 자주와 공생의 농촌공동체를 지향하며, 2007년부터 영광군 묘량면에 터를 잡았다. 2011년 지역에 마지막 남은 가게가 폐업한 것을 계기로 마을기업 동락점빵을 만들었다. 농촌 주민들에게 생필품 공급하기 위해 42개 자연마을을 찾아가는 이동 점빵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동락점빵은 생필품을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고, 매주 어르신들의 안부와 건강을 살피는 일을 하고, 지역 내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연결되도록 한다. 주거 환경을 살펴 집수리 사업과 연계하기도, 식생활을 살펴 반찬나눔 사업으로 연계하기도 한다. 먹거리, 생활서비스, 복지, 주거 등을 넘나들며 종합적으로 주민을 살피고 있다. 농촌에는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서비스 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공동체 방식의 통합적 서비스 제공이 적절하며, 이것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은 지역사회에 기반한 공동체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농촌의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한, '농촌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 지원센터'가 전라북도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센터는 농촌의 부족한 경제·사회 서비스 보완을 위해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기부금 등 재원 확보, 서비스 제공 주체 육성 등을 수행하는 전국 단위 지원 기관이다. 농촌 현장의 욕구가 간절한 상황에서 센터가 설립되는 만큼, 현장을 든든히 지원하는 기관으로 발돋움 하기를 기대한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