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로 포장된 악성민원 해결에 이만한 꿀조합은 없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특정인에 대한 욕설과 비방이 대부분인 행정심판을 3년간 1만여 건 청구한 전북자치도민을 형사고소 하면서, 등기우편료와 반송료로 7,200여만 원의 세금이 낭비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악성민원 때문에 ‘철밥통’이라는 말로 부러움을 샀던 공무원은 이제 ‘찬밥통’ 취급을 받게 됐고, 많은 공무원들이 국민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악성민원에 우리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악성민원인은 2,874명에 달하고, 행정안전부는 해마다 4~5만 건의 악성민원이 제기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설문 결과에 대해 많은 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포트홀 보수공사를 해 교통정체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하루 50건이 넘는 민원 전화에 시달린 끝에 ‘힘들다’는 글을 남기고 스스로 삶을 마감한 ‘김포시 공무원 자살 사건’만 보더라도 공무원이 직면한 현실을 알 수 있다. 혹자의 말처럼 민원이 국민의 권리이고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악성민원으로 공무원이 계속 떠나면 민주주의는 병들게 되고, 국민은 힘들게 된다. 그러니 불치병이 되기 전에 병든 민주주의를 치료해야 한다. 악성민원으로 병든 민주주의를 치료하기 위해, 먼저 기관장의 악성민원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악성민원은 상습․반복적 민원 제기, 폭언․폭행, 신상 털기, 과도한 정보공개청구 등이 있는데, 어느 수준의 민원이 악성이고 정당한 것인지를 기관장이 신속하게 판단하고 대응수준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2년에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을 개정해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인 등의 폭언ㆍ폭행,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반복 민원 등으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원 처리 담당자의 신체적ㆍ정신적 피해의 예방 및 치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으나, 위반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만큼 위반 시 형사처벌과 같은 제재규정을 마련해 기관장이 적극적으로 악성민원에 대응하게 해야 한다. 또한 악성민원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민원전담공무원, 법률전문가, 주민 등을 위원으로 구성하고, 주 1회 이상 위원회를 개최하여 민원을 경청하고 그 과정을 전부 녹화하여 민원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악성민원을 이어가는 민원인에게는 행정절차법 제40조의3에서 정하고 있는 위반사실 등의 공표 절차 등을 통해 녹화 영상을 공개하는 등의 심리적 강제로 악성민원을 스스로 중단케 해야 한다. 끝으로 악성민원인에게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다만, 행정절차법 제54조에서는 ‘행정절차에 드는 비용은 행정청이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악성민원인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직 악성민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없어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병든 민주주의가 곪아 터지기 전에 신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한편, 행정심판법 제32조의2에서 ‘위원회는 심판청구서에 타인을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청구내용을 특정할 수 없고 그 흠을 보정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32조제1항에 따른 보정요구 없이 그 심판청구를 각하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행정심판청구권의 남용을 규제하고 있는 만큼, 이 경우에 한해서 만이라도 민사소송법 제98조와 같이 패소한 당사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속히 마련하면 앞서 제시한 사례와 같은 문제는 신속히 해결될 수 있으니,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현명함을 정부와 국회에 간절히 부탁해 본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