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자들에게 제2의 인생을’ 원광대학교병원 비만대사센터를 가다
노출의 계절에도 숨어 지내면서 괴로워하는 고도비만자들이 늘고 있다.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누어 비만도를 가늠하는 지수인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일 경우 통상적으로 고도비만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잘 먹고 살이 찐 상태로 자기 관리가 소홀하다는 시선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각종 다이어트를 해보고 갖은 노력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고도비만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의 방법 중 하나가 수술이다. 내과적인 방법으로 잘 치료되지 않은 고도비만 환자와 비만에 따르는 각종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비만수술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 등 고도비만과 관련된 대사성 질환의 치료 효과가 뛰어나 ‘비만대사수술’이라고 불린다. 수술 방법은 위의 크기를 작게 해 빨리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섭취제한 수술법, 음식물 소화에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소장의 처음 부분을 음식물이 지나지 않고 내려가도록 위와 소장 사이의 우회로를 만들어 주는 흡수제한 수술법, 이 두 가지 방법을 조합한 수술법이 있다. 최근에는 비만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함께 이 비만대사수술 건수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원광대학교병원은 지금까지 비만 치료를 주도해 온 위장문외과와 가정의학과 등 관련 진료 교수들을 중심으로 비만대사센터 문을 열었다. 원광대병원 비만대사센터를 찾아 명의 강동백 위장문외과 교수와 한아름 가정의학과 교수로부터 고도비만자들에게 제2의 인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 고도비만자에게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 관리를 하라고 조언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요. “고도비만자가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체중이 빠질 확률은 10% 미만입니다. 약물 요법을 시행하는 경우에도 97%에서 다시 요요가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수술이 합리적인 고도비만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반영해 2019년 1월 이후에는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1000만원이 넘는 수술 비용의 20% 정도만 본인 부담금으로 내면 비만대사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고도비만의 기준이 무엇이고 수술이 권장되는 경우는 언제인지요. “BMI(체질량지수) 35㎏/㎡ 이상이거나 BMI 30㎏/㎡ 이상이면서 대사 관련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관질질환, 위식도역류, 제2형 당뇨, 고지혈증, 천식 등 합병증이 동반됐거나, BMI 27.5㎏/㎡ 이상이면서 잘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수술을 할 수 있고 수술의 보험 적용 대상이 됩니다.” - 어떤 수술이 가장 적합한 것입니까. “개인의 체중, 체질량지수, 영양 상태, 당뇨 동반 여부, 췌장 기능 보존 여부, 기타 합병증 동반 여부에 따라서 수술법을 선택해야겠지만,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수술은 위소매절제술로, 위의 일부를 날씬하게 줄여주는 수술입니다. 최근에는 동양인에 적합한 우회술을 추가한 위소매절제술 플러스(십이지장 우회술, 공장우회술)가 루와이 위우회술과 함께 환자 맟춤형 수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술들은 개복이 필요 없는 복강경 수술법으로 환자의 통증이 크지 않고 회복이 빠릅니다.” - 수술은 언제나 부담이 되는데, 이 수술은 안전한가요. “현재 비만수술의 사망률은 대부분 0.2% 미만으로 급격히 낮아졌으며 수술 후 입원 기간 내 합병증은 5% 미만입니다. 입원 기간은 평균 3~5일 정도로 짧으며 일상생활로 복귀도 대부분 2주 이내에 가능해졌습니다. 수술이 아니라 고도비만 자체가 일반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20% 이상 증가하므로 오히려 수술을 통해 고도비만을 치료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안전하고 급여도 되는 수술인데 혹시 수술을 할 수 없는 고도비만자도 있는지요. “심각한 인지 장애나 섭식 장애 등이 있는 정신질환자, 최근 스텐트 삽입술을 진행한 환자, 난치성 심혈관질환자, 성장이 끝나지 않은 소아 환자, 유전 질환에 의한 비만 환자, 중증 위질환자, 문맥압 항진증을 동반한 간질환자, 전신마취 고위험군 등은 비만대사수술 금기 사항에 해당합니다” - 수술 후 체중 감량 효과나 그 밖에 기대할 수 있는 건강상 이득은 무엇인가요. “체중은 평균 1년에 걸쳐 수술 전 체중의 25~30% 정도의 감량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이후에도 관리만 해주면 빠진 체중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체중 감량 이외에는 수술 후 제2형 당뇨병은 86%, 고혈압은 78%, 수면무호흡 환자의 85%에서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개인적인 요소와 노력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 수술 전에 시행해야 할 것이나 준비할 것이 따로 있는지요. “병원에 내원하면 비만센터를 통해 환자의 수술 적응증, 포괄적인 환자 평가, 수술의 위험을 높이는 동반 질환 등을 관리합니다. 수술 전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비만 전문가를 통해 관리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수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 수술 후에는 어떤 관리가 진행되나요. “수술 후에도 전문가에 의한 정기적인 영양 상담이 진행됩니다.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역류, 조기포만감, 덤핑증후군 등의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결핍될 수 있는 일부 비타민과 미네랄 그리고 단백질 공급을 위한 관리가 진행되는 등 비만 전문가에 의한 수술 후 관리가 지속적으로 진행됩니다. - 성공적인 수술 사례가 있다면. “129.3kg에서 75.8kg으로 53.5kg를 감량한 36세 여성이 있습니다. 당뇨와 고혈압 약도 복용 중이었으나 감량 후 약도 중단했습니다. 2020년 1월에 수술을 했으니 벌써 2년 6개월이 지났는데, 지금도 한 달에 1~2kg 정도 조금씩 감량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성형외과적으로 처진 복부의 재건술도 받았습니다. 수술 전에는 경미한 우울증도 있고 대인기피증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것도 개선되어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개선 효과가 아니어도 대게 원래 체중의 25~30%의 감량을 기대할 수 있으니 초고도비만의 해결은 결국 비만대사수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