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JEONJU, 음악을 심은 사람
김은총 이상한계절싱어송라이터 장 지오노의 책 <나무를 심은 사람>에는 황무지를 울창한 숲으로 일궈낸 양치기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는 매일 묵묵히 도토리를 심었고, 한그루씩의 떡갈나무로 키워내 결국엔 아름다운 숲을 이뤘다. 그렇게 단 세 명의 사람밖에 살지 않던 척박한 땅은 만 명의 주민이 이주해올 만큼 살고 싶은 곳이 되었고, 우리에게 한사람의 열정과 헌신이 자연과 인간에게 얼마나 큰 희망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이야기가 실화임에도 우리 주변에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처럼 낯설게 느낀다.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무한 이기주의와 경쟁 속에 살아가며, 남을 밟고 서지 않으면 내가 밟히고 만다는 냉정한 위기의식을 늘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결한 신념을 갖고 모두를 위해 묵묵히 도토리를 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타인에게조차 쉬이 강요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양치기를 발견한 장 지오노의 마음으로 한 사람의 열정이 만들어낸 축제 메이드 인 전주(MADE IN JEONJU)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1년 기획자 정상현을 중심으로 시작된 메이드 인 전주는 제1회를 서울, 광주, 대구, 부산 그리고 전주를 순회하는 전국투어로 이뤄냈다. 그 후 전주 구도심에 위치한 클럽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팀들을 초대해, 최대 50여팀 이상이 참여하는 어엿한 페스티벌의 형태를 갖추었다. 유의미한 성과도 거두었다. 전주인디뮤지션들과 신진뮤지션들에게 등용문의 역할을 감당하고, 미약했던 지역인디음악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음은 물론이요. 과거 지역뮤지션에겐 허락되지 않던 공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지역인디밴드가 공연한 첫 사례를 만들어냈고,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연계하여 시너지를 내는 등 지역문화계에서 주목하는 축제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메이드 인 전주 페스티벌은 2015년 제8회를 마지막으로 멈춰 섰다. 페스티벌이 커질수록 기획자 한 사람에게 짊어진 짐은 너무 무거웠고, 척박한 지역에서 혼자 음악을 심어가기에 전주는 너무 광활한 황무지였다. 기획자와 지역뮤지션은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고, 지역음악에 관심을 갖고 페스티벌을 관람하러온 관객들 역시 소수에 불과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는 커졌지만, 공연장의 공허함도 함께 커져갔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 기획자와 지역뮤지션을 주축으로 순수하게 만들어낸 민간 지역페스티벌은 거대자본의 지원을 통해 만들어지는 여타의 페스티벌의 그것과 결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메이드 인 전주 페스티벌과 지역음악은 이제 심겨지고 자라나는 숲이다. 지금은 그 가치를 다 알 수 없고, 다소 무모해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 지역이 더 많은 이들이 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줄 그런 숲이다. 단 한사람이 심은 나무가 많은 이들을 이롭게 했다. 우리는 개개인이 그런 나무를 심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지역에서 음악을 심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여전히 지역음악은 공연되고 있으며, 멈췄던 메이드 인 전주 페스티벌도 11월 16일~17일 양일간 다시 열리기 때문이다. 공연 관람을 통해 우리 지역에 직접 음악을 심어보자. 당신의 전주가 음악으로 아름다운 숲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