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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축산을 잃으면 농촌도 지킬수 없다

다른 모든 교역품목과 마찬가지로 농축산물도 수출입이 자유롭게 관세도 낮추고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등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농산물 수출국들과 무작정 시장을 개방할 수 없는 수입국간의 줄다리기라고 할 수 있다.

 

수출국들의 뜻대로 된다면 넓고 값싼 땅에서 사료값을 적게들여 축산물을 생산하는 큰 나라는 수출을 많이 할 수 있어 좋은 일이나 우리나라처럼 작은 땅에서 나라의 보호를 받아가며 가축을 기르는 곳은 밀려드는 수입축산물 때문에 축산농민들이 설 곳을 잃게되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불공평한 협상을 아예 그만두도록 정부에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WTO는 농산물 뿐만 아니라 공산품, 서비스, 지적소유권등 많은 분야의 자유무역을 감시하는 기구이므로 국가경제를 공산품의 수출에 기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농축산업을 지키는데 전력을 다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안방의 식탁까지 외국에 내주어서는 안될 일이다. WTO를 비롯한 국제질서는 몇몇 강대국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그들의 사정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생산 기반이 무너졌을때 수출하던 나라들에 흉년이 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식량수입국들은 일부 농축산물은 국제무역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정도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수출국들의 집요한 공세에 밀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WTO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으로 태어난 국제기구로서 이때 합의된 사항에 기초하여 무역자유화를 더욱 확대시키려 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때 우리나라는 ‘쌀만은 지킨다’는 단순한 전략으로 나섰다가 쌀도 제대로 못지키고 쌀 못지않은 소득원으로 커 나가던 축산물을 통째로 내줌으로서 결과적으로 우리 농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99년11월30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된 WTO장관회의는 일부 협상분야에서 회원국들의 의견차이가 너무 커서 결렬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분야는 2000년부터 협상이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앞으로 WTO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는 시장개방, 국내 보조금 및 수출보조금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번 시애틀 회의에서도 농축산물의 관세와 각종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상당수준 감축해 나가기로 약속함에 따라 추후 협상에서 추가의 양보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고향인 농촌은 어느 한 품목이 아닌 전체 농·축산업이 균형있게 발전해야만 지켜나갈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협상을 되풀이하여 축산물 시장을 활짝 열어 놓는다면 마땅한 소득원이 부족한 농촌경제는 급격히 위축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축산물의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수입개방이후 끊임없이 문제가 되어온 O-157, 다이옥신, 광우병등 여러 위험에 더많이 노출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일은 위와같은 사실을 우리 스스로 밝혀내지 못하고 수출국측에서 문제가 커질 것을 염려하여 통보해 주었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유통되고 있는 수입축산물은 안전성면에서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또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다면 어떤 독성물질들이 우리 몸속에 들어가 건강을 위협할지 모르는 일이다. 이 점이 우리축산을 지켜야 하는 큰 이유중의 하나다.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최근 민간 운동단체인 축산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이 출범했다. 앞으로 축산농민과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고 우리 축산을 지키는 대들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구(축협전북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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