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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인구’강조땐 정치의 중앙집중현상 심화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4일부터 16대 총선 선거구 재조정에 본격 착수하게 됨에 따라 전북지역의 선거구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구 획정의 가장 큰 기준이 ‘인구(人口)’가 될 경우에는 전북 등 많은 지역에서 지역 대표성이 심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고 나아가 정치의 중앙집중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먼저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인구 상·하한선을 정한 뒤 생활권과 교통권 등을 감안해 선거구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또 문제가 됐던 인구 기준일, 도.농 통합시 특례인정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획정위는 인구 상하한선의 경우, 현행 7만5천∼30만명이 16대 총선에서도 그대로 유지됨에 따라 지난 4년간 전국적으로 1백30여만명의 인구증가분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 상하한선의 상향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조정폭에 대해선 논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인구기준이 상향조정되면 지난 15일 여야의 합의로 현행 2백53개에서 2백58개로 늘어난 지역구의 일부 감축이 불가피하고 전북의 경우 최소 2ㅡ3석의 선거구가 조정대상이 된다.

 

상하한선은 기존 여야 합의안인 7만5천-30만명안을 비롯해 8만-32만명안, 8만5천-32만명안, 8만5천-34만명안 등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폭넓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구 상하하선이 상향조정되고 분구기준이 엄격히 적용될 경우 수도권지역의 선거구 증가현상이 심화되고 전북 등 각 지방의 선거구는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하한선의 기준이 7만5천에서 8만으로만 상향조정돼도 전북은 도농복합지역인 군산이 1곳으로 주는 것 외에 임실, 순창, 고창, 부안이 조정대상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전북에서는 조정내용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14개 시군가운데 9개 시군이 복합 선거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임실·순창의 통폐합 영향을 받는 남원, 완주를 비롯해 무주, 진안, 장수, 고창, 부안 지역이 서로 합쳐지게 될 전망이다. 현재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등 5개 군이 2개의 복합선거구를 형성하고 있는 것에 비해 9개 시군이 4개의 복합선거구가 돼 두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처럼 복합선거구가 15대에 비해 두배로 증가하는 것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생활권이 다른 2∼3개의 지역을 묶어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것은 국회의 지역대표성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고, 선거구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

 

실제로 서울의 베드타운격인 위성도시의 경우 15대에는 2명의 의원을 선출했지만 인구에 따른 분구기준이 적용될 경우 16대에는 배(倍)가 되는 4명의 의원을 뽑게 된다. 2개의 선거구가 감소하고 대신 복합선거구가 2배로 증가하는 전북지역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게 된다.

 

이같은 현상은 국회에서 의원들이 각 지역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의정활동에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로 직결된다. 국회의 각 상임위 활동이나 대정부질문 등이 정당별로 의원들에게 순차적으로 배려된다는 점에서 수도권의 의원들은 말할 기회가 많은 반면 지방의 의원들은 기회가 적게 돌아오게 되고, 당연히 지역민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된다. 정치에서도 지방의 소외가 우려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지역별로 극심한 소지역주의가 발생할 수 있다. 전북의 경우 9개 시군이 복합선거구가 될 경우 인구가 많은 지역과 인구가 적은 지역간에는 정치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인구가 많은 지역과 함께 묶여 있는 지역은 ‘우리 지역은 인구가 적어 절대 국회의원을 낼 수 가 없다’고 자포자기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이같은 중앙과 지방의 차이는 정치의 중앙집중현상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고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합리적인 선거구 조정을 위해서는 이번에 활동하는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반드시 ‘지역 대표성’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가장 큰 기준이 ‘인구’가 될 수 밖에 없다면 분구를 대폭 허용하기 보다는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려 지방의 의원수 감소를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획정이 지방의 소외감을 부추기고 정치의 중앙집중을 부추겨서는 안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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