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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춘향뎐’에서 만난 임권택 감독

“소리의 맛을 영상과 함께 담아내고 싶었던 오랜 바램을 이렇게 열어낼 수 있어 힘들었지만 너무 행복하다”.

 

자신의 아흔일곱번째 작품을 마치고 24일 촬영지 남원과 자신이 조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 시민후원의 밤에서 시사회를 가진 임권택감독.

 

이미 열두차례나 영화로 제작된 춘향전을 다시 영화화한다고 발표했을 때, ‘왜 다시 춘향전’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날 시사회에서 그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임권택판 춘향전’을 보란듯이 내놓았다.

 

‘소리의 영화, 가락의 영화’로 불리는 새로운 형식의 임권택감독의 ‘춘향뎐’은 지난 98년 11월 태흥영화(주)가 조상현 창본 춘향가를 영화화하겠다고 발표한 뒤 지난해 5월부터 촬영이 시작됐다. 제작기간 8개월여. 판소리 리듬으로 영화를 만드는 실험적 성격의 영화 춘향뎐에 대한 고생과 애착이 만만했을리 없을 터이지만 임감독은 “이번처럼 고통스럽고 행복했던 적이 없다”는 말로 제작기간의 소감를 대신했다.

 

남원을 주촬영지로 택하면서 이지역과는 더욱 깊은 인연을 맺은 임감독에게 가장 어려웠던 것은 판소리 리듬과 영상을 맞추어내는 일.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임감독은 소개했다.

 

“제일 신경을 쓴 것이 소리와 영상이 서로 잡아먹지 않고 생명력이 팔팔 살아있으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현장서 찍은 필름을 소리와 맞춰보니 맞아않아 초반 두달치 촬영분을 버리고 다시 찍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소재들 가운데 ‘왜 다시 춘향전이냐’는 질문에 임감독은 단호했다.

 

“세계화다, 뭐다 말들을 하지만 남들이 2백년 걸려 이룬 근대화를 40년 세월에 압축해서 치르다 잃어버린 우리 것을 지금 확실히 붙잡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라고 말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영화 춘향뎐은 임권택감독의 기존 작품에 알게 모르게 긴밀하게 배어있는 전라도 정서를 보다 새롭고 그러면서도 더욱 깊이있게 담아내는 또하나의 걸작이다. 그의 서편제가 판소리의 정서를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전했다면 이번 춘향뎐은 판소리를 통한 우리의 감성을 더욱 친근감있게 일깨우는 작품인 셈이다.

 

그가 8개월의 제작기간중 대부분을 보냈던 남원과 전북에 대한 인상은 어떤 것일까?

 

“개인적으로 고향이라는 느끼는 포근함과 정감이외에도, 전라북도가 주는 느낌은 다르다. 시대에 따라 크게 움직이지 않고 정취와 고풍스럽고 멋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은 전라북도 밖에 없다”고 임감독은 말했다.

 

남원시 어현동 1천여평 규모의 춘향골 마을 오픈세트장을 설치, 지난 해 5월 남원 광한루와 춘향마을에서 몽룡과 춘향이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 이 영화는 양수리 종합촬영소에 마련된 춘향 별당세트 등에서 촬영했다.

 

사계절의 풍경을 모두 담아내는 8개월여에 걸친 촬영기간 동안 동원된 엑스트라는 연인원 8천여명. 이들 엑스트라 및 단역연기자 의상은 무려 1만2천여벌이 동원됐다. 이 영화의 판소리 대목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명인명창들도 동원됐다. 남원시립무용단장과 거문고 명인, 남원 명창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등이 특별출연한 것도 눈길을 모으는 대목이다.

 

우리의 소리인 판소리를 영화에 녹여낸 영화 춘향뎐은 ‘영화로 듣는 판소리’ ‘판소리로 보는 영화’의 새로운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명창 조상현씨가 판소리 춘향전을 들려주는 것을 한 축으로 삼고 있으며 판소리 대사와 영화장면이 맞춰가는 특별한 구조가 이색적이다.

 

춘향뎐은 설날 대목을 겨냥해 29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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