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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환경이 함께 숨쉰다] 정읍 내장화

수자원은 댐건설을 통한 확보못지 않게 기존의 수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국토가 좁아 댐을 건설할 입지선정이 어려운 우리로서는 상수원을 철저하게 관리,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2천10년 이후 예상되는 물부족 사태를 예방할 최선의 노력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들 상수원들이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대규모 댐이 속속 건설되면서 기존 수원(水源)들의 기능이 축소되고 관리소홀로 오염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와 주민들의 개발논리에 밀려 도내에서도 여러곳의 상수원이 폐기될 위협을 받고 있다.

 

정읍시 내장동에 소재한 내장호. 내장산을 배경으로 축조된 호수는 산과 물이 조화된 수려한 경관으로 매년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로부터 사랑을 듬뿍받고 있다. 나아가 주민들에게는 생활용수 공급원으로서 더할 수 없는 귀한 존재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모습과는 달리 내장호의 물속은 걷잡을 수 없도록 썪어가고 있는 중이다.

 

주변지역에서 흘러들어오는 각종 오폐수로 물이 더렵혀지고 있고 , 관리소홀로 부패가 진행되면서 중병을 앓고 있다.

 

내장산의 경관이 투영되어 맑은 수원지처럼 보이지만 물아래 2m만 들어가도 떠다니는 부유물로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수심 4m부근에서는 앞이 캄캄해 제대로 보이질 않을 정도다.

 

최근 수중촬영된 내장호의 바닥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각종 오염물질로 잔뜩 쌓여 있었다. 손으로 건드리기만 하면 맑은 물에 잉크 한방울을 털어뜨린 것처럼 퇴적물이 뿌옇게 일어나 일대가 온통 흙탕물로 변해버렸다. 시민들이 마시는 물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가 심했다.

 

물부족국가로 지정되어 10년후면 물기근이 우려되고 있지만 상수원 관리에는 허술한 국내 상수원 관리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지난 64년 당시 정읍농조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축조된 내장호는 연간 9백만톤의 용수공급 능력을 갖고 있으며 72년부터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생활용수 공급원 기능까지 맡고 있다. 그러나 97년 섬진강광역상수도가 연결되면서 이용주민수가 감소, 현재는 1만여명에게만 공급되는등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이 크게 축소됐다.

 

이처럼 그 기능이 줄어든 내장호는 지역주민의 상수원 보호구역의 해제요구에 따라 자칫 식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기능을 상실하게 될 처지에 놓여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됨으로서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이 보호구역 해제를 강력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내장호 보호해제 범시민대책위 윤청사(63)회장은 “수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썪어가고 있는데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어 사유재산권만 침해하고 있다”면서 “기능을 상실한 상수원을 풀어 주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장호보호해제 요구의 주된 논리 가운데 하나는 관리소홀에 따른 심각한 수질오염문제.

 

제방축조 이후 단 한번도 준설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내장호는 ‘40년동안 쌓인 퇴적물’로 심하게 부패되어 있다. 내장산 일원에서 물이 계속 유입되지만 바닥에 쌓인 퇴적물과 뒤섞여 금새 오염되어 버린다.

 

농업기반공사 정읍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준설공사가 한번도 실시되지 않았으나 준설계획에 따라 조만간 이뤄질 것이다”고 밝혔다.

 

더욱이 내장호 주변마을 및 시설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폐수가 정화되지 않은채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보호구역 해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수처리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내장산 관광단지내 하천의 경우 오물과 생활하수가 섞이면서 냄새가 나도록 오염됐다. 먹다버린 캔이나 비닐봉지가 천변 곳곳에 수북이 걸쳐 있고 관광단지내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 비롯한 오물들이 떠다니고 있어 하천은 ‘하수구’나 다름없다. 이 하천 물은 내장호로 그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정읍시는 최근들어서야 관광단지내의 하수시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의 식수원에 오폐수가 유입되는 것을 수십년동안 방치해오다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설 정도로 내장호 수질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장호가 이처럼 썪어가고 있지만 정읍시는 내장호 호반에 대규모 생태공원조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장호 주변 쌍암동 및 내장동 지역 4천여명의 주민들이 쏟아내는 생활하수나 축산폐수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결국 이같은 내장호에 대한 관리부실은 상수원보호구역해제 요구로 이어지는등 상수원으로서의 내장호가 쓸모가 없게될 위기에 놓여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내장호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단순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오염됐다고 해서 상수원보호를 해제한다면 남아있을 상수원은 하나도 없다”고 오염원 차단책 마련을 지적했다.

 

그는 또 “상수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댐만 건설하게 된다고 수자원 조달이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생태계는 물론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댐건설에 앞서 기존의 상수원을 관리하는 의식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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