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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무엇 논의할까

다음달 12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무엇을 논의할지, 또 그 결론은 어떻게 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 양측은 18일 타결된 정상회담 실무절차 합의서에서 의제 부분에 대해 `역사적인 7.4 남북 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라고 지극히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서 앞 부분인 조국통일 3대 원칙(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은 북측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며, 뒷부분은 남측이 요구해 포함시킨 내용으로, 정상회담에 합의했던 지난 4.8 베이징(北京) 합의서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남북 실무 접촉에서 의제 부분에 대해 이처럼 두루뭉실하게 표현하고 넘어간 것은 의제 선정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초 우리측은 이산가족 문제, 남북경협, 한반도 평화정착, 당국자 회담 정례화 등 김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4대 원칙을 의제에 담을 것을 주장했다.

 

반면 북측은 조국통일 3대 원칙을 뒷받침 하는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접점을 찾지 못했다.

 

물론, 정상회담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선발대의 평양 방문 등을 통해 의제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구체적 의제를 사전에 설정하지 않은 채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의 단독 대좌에서 모든 문제가 자유롭게 개진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구체적 의제에 대한 미합의는 김 대통령이 최근 여러 자리를 통해 "만남자체가 큰 성공"이라며 논의의 내용보다는 `만남'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서도 이미 읽을 수 있었던 사항이다.

 

김 대통령은 지난 70년 미.중 정상회담과 72년 동.서독 정상회담을 예로 들며 이념이 다른 국가간의 첫 정상회담은 구체적인 성과를 얻기보다는 나중의 더 큰 결실을 얻기 위한 디딤돌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결국 두 사람의 단독 대좌에서는 지난 55년간 쌓였던 대화 단절의 둑이 터지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두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모두 소화해 낼 수는 없을 것이며 만남 자체에 더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대통령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김 대통령의 언급을 놓고 향후 김정일 위원장과의 단독 대좌를 앞둔 숨고르기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북측이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주장하고 있지만 기실 내면에서는 경협 등 실질협력 분야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시킬 가능성이 크고, 김 대통령이 이에 대해 심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측이 주장하는 3대 원칙은 북한 내부용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이 정상회담을 수용한 배경을 잘 살펴 보아야 한다"고 말해 경협 문제가심도있게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협 분야와 함께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는 내용은 한반도 평화의 틀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상호 불가침 확약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남북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북측이 연방제 통일방안 및 주한미군 철수 등 외세 개입 배제, 7.4 남북공동성명에 기초한 민족대단결 실현을 위한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제기할 경우 우리 측은 `국내 정치에 관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해 나간다'는 방침을 확실히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등이 주목하고 있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대량살상무기 문제 등이 우리측에 의해 거론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하지만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의 실제 논의와 이번 평양방문을 결산하면서 나올 것으로 보이는 공동 발표문은 차이가 클 수도 있다.

 

대외 발표문은 말 그대로 `대외용'일 뿐이며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 한반도 평화 구도 정착을 위한 민족적 합의 등은 단계적으로 추진될 문제라는 점에서 섣불리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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