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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의 그 넉넉함으로 가을 문턱에 선다

-‘ 치자꽃 향기∼’, ‘이태백이∼’, ‘돌위에 새긴 생각’등

 

한시(漢詩)에는 옛 사람들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넉넉함이 담겨 있다.

 

올가을에는 옛사람들의 정갈한 정신을 맞아 마음을 살찌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고답스런 이름의 한시집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옛사람들의 고리타분한 글쯤으로 여겨 손사래를 칠 법도 하지만 최근에 출간된 한시집은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부담없는 책들이다.

 

짙푸른 가을하늘 아래의 배경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빡빡한 일상 속에서도 상관없을 듯하다. 여유가 없고 답답한 상황일수록 오히려 한시의 매력은 더한다.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와 ‘이태백이 없으니 누구에게 술을 판다?’와 ‘돌위에 새긴 생각’ 등이 옛 가객들을 만나는 통로.

 

‘치자꽃∼’과 ‘이태백이∼’(이병한 엮음·민음사·1만원)는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가 중국 대시인들의 명편들을 모아 출간한 한시집이며, ‘돌 위에 새긴 생각’(정민 지음,열림원, 7천원)은 한시집이라기보다는 옛 경전의 좋은 글귀들을 새긴 인장들을 모아놓은 잠언집이다.

 

서울대 교수들과 함께 읽는 한시 명편이라는 부제를 단 ‘치자꽃 ∼’과 ‘이태백이∼’는 두보, 이백, 소식, 백거이, 왕유, 구양수 등 당대(唐代)에서 청대(淸代)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옛 가객들이 전하는 한시명편 1백80수가 들어 있다.

 

‘연잎은 바람결에 향기 보내고/ 댓잎에 맺힌 이슬 맑은 소리 내며 방울져 떨어지네’(맹호연 ‘꿈에도 그리운 사람’중). 꼭 여름이나 가을의 경계를 두지않아도 충분히 시원함이 고스란히 담긴 한시 한편.

 

이 책에서 실린 시들은 계절별로 추려 꼼꼼한 번역문과 해설을 붙였고 한시를 함께 감상하며 오간 한담을 덧붙여 책으로 묶었다. 명작보다는 낯선 이름의 정감 넘치는 작품을 모아낸 이 책은 시 못지 않게 눈길을 붙잡는 것이 매 시편 말미에 붙인 ‘산창한담(山窓閑談)’이다.

 

‘돌 위에 ∼’은 ‘학산당인보기’(學山堂印譜記)에 들어있는 전각의 일부분을 원색으로 싣고 다시 정민교수의 평설을 덧붙여 놓은 책.

 

‘학산당인보’는 명나라 말엽 장호(張灝)란 이가, 명대 유명한 전각가들이 옛 경전에서 좋은 글귀를 골라 새긴 인장을 모아 엮은 책으로 자신의 당호인 학산당으로 붙여 만든 책이다.

 

정교수는 학산당인보의 인장 중에 고전명구를 새긴 1백73과(顆)를 뽑아 원문을 한자로 싣고 이를 맛깔스럽게 풀이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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