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꽃다님 같다/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꾀어 내던 달변의 혓바닥이/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푸른 하늘이다’연말에 작고한 미당이 지은 화사(花蛇)다. 혐오감과 슬픔이 뭉쳐진 뱀에 대한 아름다운 시다.
올해는 뱀의 해다. 뱀은 총명하고 간사하며 음흉하고 집념이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뱀은 그 모습이 징그럽다는 선입관과 강한 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뱀을 초자연적인 힘을 가지고 땅을 맡은 신령으로 믿어왔다. 이 때문에 존경과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구약 성서에 불뱀이 나타나, 이스라엘 백성들을 물어 죽이자 모세는 여호와의 지시에 따라 구리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다니, 사람들이 그것을 봄으로써 뱀에 물린 상처가 나왔다고 하였다. 이는 뱀의 치유력을 암시하고 있다. 서양에서 의술의 상징은 두 마리의 뱀이 얽혀있는 헤르메스(Hermes)신의 지팡이다. 의사들은 이를 신주처럼 간직한다.
심리학자 융(Jung)은 이것을 길들인 뱀과 길들이지 않은 뱀이 겨누는 지팡이로 보고 질환치료의 원리를 읽기도 했다. 뱀은 치료이외에도 생명과 불사(不死)를 상징한다. 뱀이 성장할때 허물을 벗는 것을 보고서 매번 재생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존재라는 인식을 낳게한 듯 하다.
또한 뱀은 기독교 뿐만 아니라 불교에서도 유혹과 애욕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꽃나무 뿌리 밑에 숨어서 사람을 미혹시킨다는 것이다. 유혹이란 남을 꾀어서 정신을 어지럽히거나 나쁜 길로 유인하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영특하다는 것인데 그리스 지혜의 신 아테네의 상징물이 뱀이며 후일논리학의 상징이 된 것만 봐도 그러하다.
이렇듯 뱀은 생명, 불사, 지혜, 예언, 치료, 집념, 슬픔, 유혹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영물이다. 올해는 뱀의 좋은 면만 강하게 비추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우선 어려워진 경제를 뱀의 지헤로 치유해 보자. 그것은 우리의 마음속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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