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동물을 예로 들라면 두 말 할것도 없이 개나 소·돼지등 가축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개는 원시 수렵생활때부터 인간에 길들여져 보신·경계·애완용으로 친숙해진 동물이다. 소나 돼지는 농경사회 이후 인간의 식탁을 풍부하게 해주는 영양 공급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가축 말고도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동물중 쥐를 빼 놓을 수 없다. 쥐는 안방 천정에서부터 하수구에 이르기가지 인간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서식한다. 심지어 달리는 기차나 선박·비행기 활물칸까지 파고 드는게 쥐다.
대략 3천6백만년전에 지구상에 출현한 쥐는 종류만 2백20속(屬) 1천8백여종(種)에 이르고 전체 포유류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보인다. 실제로 성숙한 쥐 한 쌍이 1년에 번식하는 숫자가 1천2백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최후로 대결해야 할 동물은 단연 쥐라는 어느 동물학자의 경고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쥐가 특히 동양에서 인간과 가깝다는 점은 12간지중 첫번째(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쥐는 다산(多産)과 풍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쥐는 인간에게는 여전히 더럽고 귀찮은 존재로 박멸의 대상일 뿐이다. 더러 애완용으로도 키워지고 실험용 흰쥐 덕분에 의학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중세 유럽을 황폐화시킨 페스트균을 전염시킨 것이 바로 쥐라는 사실은 끔찍하기도 하다.
연전에 정자가 없는 남성의 생식세포를 쥐의 정소(精巢)에 주입해 일정기간 배양하는 실험이 이루어져 화제를 모으더니 이번에는 미국의 한 생명공학기업이 쥐의 뇌속에서 인간 뇌의 간(幹)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는 외신이 전해져 또 한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스탠프드대 아이스먼교수는 ‘다음 단계는 대부분의 뇌가 인간의 뇌세포로 만들어진 쥐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다. 그렇다면 바로 ‘쥐 인간’의 출현도 머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닌가. 생명공학의 발달이 인간의 존엄성을 쥐에게까지 위탁하는 시대가 됐으니 정말 소를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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