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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지방의원을 위한 苦言

 

 

도의회와 시군의회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개원식을 갖는 등 의욕에 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막 선출된 의장들은 인터뷰에서 “집행부를 견제하고 때로는 협력을 아끼지 않으며 지역발전에 온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원칙과 소신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대변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이고 있다. 이런 다짐과 의욕이 임기 내내 지속되고, 주민들 피부에 직접 와 닿도록 주사(注射)된다면 성공한 지방의회로 뿌리내릴 수 있겠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하는 도리질이 더 많은 것도 현실이다. 제도적 미비와 의원 개개인의 자질, 운영상의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리라.

 

의욕에 찬 출발은 했지만…

 

지난 91년 7월 개원된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올해로 11년의 나이테를 간직하게 됐다. 아직 소년기에 지나지 않지만 4선까지 배출한 상태인 만큼 이제는 착근돼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지방의회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의회 구성원들의 마음가짐과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치입법권의 강화라든지 유급직화 또는 보좌관 신설 등의 문제는 제도적인 과제지만 의원 개개인의 역량은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지방의원 특히 초선의원들이 눈총받지 않고, 나아가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몇가지 고언(苦言)이 있다. 현장경험에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우선 지방의원은 권력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명예직에 불과하다. 마치 ‘완장’을 두른 것처럼 행세하는 지방의원들이 적지 않은데 이 경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둘째 집행부와 한 통속이 돼서는 곤란하다. 정당관계 또는 재정적 지원 관계 등으로 밀월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민 뜻과는 정반대되는 관계설정이다. 동반자 관계를 견지하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이른바 화이불류(和而不流)가 최선이다.

 

셋째 집행부 공무원을 수단화해서는 안된다. 감시 견제기능과 행정사무조사 권한 때문에 집행부가 저자세를 취하고 공무원들이 의원 뒷바라지를 하지만 부속물은 아니다. 서기관급 공무원에게 재털이 심부름을 시키는 의원도 있었고 해외여행 때 개인 짐가방까지 공무원 손에 들려 나르게 한 의원도 있었다. 공무원이 포터는 아니다.

 

넷째 인사개입 잇권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청탁은 담당자의 노트에 소상히 기록돼 언제든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수가 틀리면 언론에 공개되거나 사법기관에 제공될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민선 2기 기간중 부정혐의로 기소된 지방의원은 2백55명(지난해 행자부 국회 제출자료)에 이르고 도의회에서도 5명이 비리나 부정행위로 구속됐다.

 

和而不流하되 유혹땐 초심으로

 

다섯째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논리가 서지 않고 목소리만 커지게 마련이다. 이럴경우 집행부 논리를 제압할 수 없을뿐더러 ‘빈 깡통이 요란하다’는 핀잔만 듣기 일쑤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안을 머리속에 그려넣는다면 지방의원으로서 낭패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저런 유혹이 넘실거릴 때마다 개원식 때 의원선서를 낭독한 초심을 상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법령을 준수하고 …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주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

 

/이경재(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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