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고 싶네요.”
얼마전 장수군 번암면 지역 한 농민이 2년여사이 두차례에 걸쳐 애지중지 키워 전재산이나 다름없던 흑염소 1백10여마리를 도난당한뒤 망연자실한채 내뱉은 말이다.(본보 11월 1일자 1면보도)
이 한마디는 절도피해로 인한 농민의 절망 깊이를 느끼게 하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시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언젠가부터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절도사건이 좀도둑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자질구레한 물건을 훔쳐가는 좀도둑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고 옛얘기가 되어 가고 있는 정도이다.
빈집에 침입, 안방 장롱 등을 뒤져 금품 등을 털어가는 것은 물론 농민들이 땀흘려 재배 및 수확하거나 기르는 농축산물 등을 가리지 않고 훔쳐가는 양상이다.
대담화 및 전문화 양상마저 띠는 이같은 절도사건은 쌀값하락과 각종 외국산 농축산물 수입 등으로 농촌이 피폐화되어 가뜩이나 시름이 깊어진 농심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일선 경찰마다 농촌지역 방범활동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마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농촌 빈집털이와 농축산물 절도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어 농촌주민들의 불안감마저 자아내게 하고 있다.
구멍뚫린 농촌치안
최근 대부분의 농촌마을은 인구가 크게 줄어들어 빈집이 늘어나고 있고 적막감마저 감돌고 있다. 특히 영농철 및 수확철이 되면 농촌지역 집들은 거의 하루종일 빈집으로 변한다.
부지깽이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할 정도로 일손이 모자라 모든 식구들이 아침 일찍 논밭 등 일터로 나가 해질녘에야 귀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젊은이들이 극히 적고 노령화속도가 빨라져 범죄대응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틈을 타 금품은 물론 벼·고추·인삼 ·개·염소 등 농축산물을 차량을 이용해 훔쳐가는 농촌도둑이 활개를 치는 형국이다.
지난달 16일 새벽 완주군 봉동읍 초동마을 이모씨(61)가 건조를 위해 마을회관에 쌓아둔 벼 20여가마(40㎏들이)를 도난당한 것이나 같은달 14일 임실군 지사면 박모씨(65)집에 식구들 모두가 들녘에 나간 사이 30대 도둑이 들어 은행통장과 통장을 훔쳐간 것 등은 그 한 예이다.
순찰활동및 목검문 강화돼야
이처럼 드러난 도둑사건 말고도 실제 피해사례는 더 많다는게 농촌지역주민들의 주장이다.
농촌지역 치안 현실 및 한계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도 할말이 적지 않을 것이다.
관할 농촌지역이 워낙 광범위하고 인력이 충분치 않은데다 차량을 이용한 절도범들이 사통팔달로 잘 구축된 도로망을 통해 신속히 이동해버려 예방 및 단속활동이 결코 쉽지 않다고 경찰관들은 토로한다.
또 범죄가 사회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이런 얘기에 수긍가는 점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감안, 농촌주민들에게 웬만한 절도피해를 감내하고 자구책을 강구하라고 할 수는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란 책무가 경찰에 부여돼 있다.
경찰은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동안 교통단속 등에 매달려 농촌지역 치안활동에 상대적으로 소홀함이 없었는지 뒤돌아 보고 인력의 효율적 배치를 통해 취약 시간대 순찰활동과 주요 도로목검문 활동을 더욱 강화했으면 한다.
농민들이 맘놓고 농사라도 지을수 있도록 말이다.
/홍동기(본사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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