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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이미지에 가린 후보의 본질

 

 

이회창후보가 붉은 티셔츠를 입고 연예인들과 함께 북을 두드리는 공연모습은 무엇을 노린 이벤트일까.

 

노무현후보가 농촌 들녁에서 리어카를 끌며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와 닿을까.

 

정몽준후보가 점퍼 차림으로 시장상인들을 만나 여론을 듣는 텔리비전 화면은 과연 재벌2세 이미지를 벗겨낼까.

 

대선후보들의 이미지 관리 이벤트를 보면서 갖는 상념이다. 많은 학자들은 선거 때 가장 중요한 투표결정 요인의 하나로 이미지를 들고 있다.

 

과거에는 후보선택 기준이 정당이나 정책이었지만 미디어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이미지가 유력한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 때문이다.

 

이미지, 후보선택의 유력 기준

 

이미지 정치의 성공사례로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을 든다. 배우출신인 그는 가장 잘 어울리는 이상적인 텔리비전 대통령이었다.

 

그에게는 매일밤 암기해야 할 큐 카드가 주어졌고 그는 미디어 전문가들이 만든 대본에 따라 연기했다.

 

연기력이 뛰어난 레이건은 매우 효과적인 연설을 할 수 있었고 대중에게 강한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과는 달리 내용은 부실했다.

 

미국의 언론은 이 사례를 레이건 대통령이 얼마나 잘못된 사실을 반복적으로 말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에 관한 좋은 자료로 활용했다(전북대 권혁남교수의 ‘미디어선거의 이론과 실제’)

 

이미지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지만 폐해에 대해서는 간과되는 측면이 많다. 지난 9월말 학술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 보드리야르(73)는 ‘이미지의 폭력’이란 발제에서 “ 현실은 과다 이미지 아래 실종된다”며 이미지의 유독성을 경고했다.

 

‘시뮬라시옹’(대상물이나 사건들의 재현 또는 복사) 이론을 주창했던 그는 근거없는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한다고 보았다. 전쟁영화가 전쟁보다 더 사실적인 모사물이 되는 것처럼 이미지가 실제보다 더 사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로인해 본질은 사라지고 이미지만 오고 감으로써 현실세계에 무관심이 형성된다고 갈파했다.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등 대선후보들의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는 이미지는 허구이다. 그들의 본질은 이미지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대선후보들이 공연장에서 북을 두드린다든지, 리어카를 끌거나 시장상인들을 만나는 일은 일종의 쇼다.

 

그러나 레이건의 연기처럼 각본에 따른 액션일망정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그들의 본질을 파악치 못하고 이러한 허구적 이미지에 속아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파는 것은 이미지일뿐 본질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 정치시대에서 후보들은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내용보다는 겉모양, 무엇을 말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치중한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이 정치적 능력이나 정책 등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용모나 말솜씨, 연기력 등 피상적인 이미지에 의해 평가된대서야 말이나 되겠는가.

 

다자간 TV토론 성사시켜야

 

잘 포장된 이미지 뒤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다자간 TV토론이 제격이다. 미국처럼 유력 경쟁후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장시간 토론을 붙여 생중계하는 것이다.

 

자질과 정책의 비교 마당이 되고 포장지속에 가려진 상품의 질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실 같은 허구’인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의 토론을 성사시키고 토론에 응하지 않는 후보는 거부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

 

/이경재(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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