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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미디어선거 이대로 좋은가

 

 

이번 제16대 대통령선거는 미디어에 의한 선거가 뿌리내린 것으로 기록될 것 같다. 대규모 집회가 없어지고 대신 TV토론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붙들어 맸다.

 

현행 통합선거법의 미디어 선거운동과 관련된 조항은 모두 16개 조항이다. 그 가운데 TV토론과 여론조사공표금지, 출구조사 등은 방법을 개선하거나 조항을 수정해야 할 여지가 많다.

 

먼저 TV토론을 현행 방식으로 진행시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의 문제다. 세차례 토론을 통해 후보들의 정견과 차별성을 엿볼 수 있었고 시청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도 높았다.

 

TV토론 ‘시간할당제’ 바람직

 

그러나 현행처럼 판에 박힌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다음 선거때에도 국민적 관심이 지금처럼 높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아마 흥미를 별로 끌지 못할지도 모른다.

 

1분-1분30초라는 경직된 틀, 사회자가 주도하는 형식이 되다보니 토론의 흐름이 끊어지고 심층성도 떨어졌다. 궁금증을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의문만 잔뜩 남기는 토론이 되고 말았다.

 

TV토론은 무엇보다도 후보들간의 정책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누구의 정책이 바람직한지를 판별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후보간 상호토론시간을 늘리고 답변시간도 최소한 3∼5분씩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요컨대 각 후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총시간중에서 답변시간을 신축적으로 줄이거나 늘일 수 있도록 ‘시간 할당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밀도있는 토론이 될 것이다.

 

TV토론은 이제 그 필요성보다는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에게 좀더 유용하게 작용시킬 수 있을까 하는 질적인 문제가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출구조사 방식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투표소 3백m 밖에서 해야 한다는 제한규정 때문에 신뢰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3대 방송사들은 50억원을 들여 출구조사를 했지만 제1당도 맞추지 못했고 2백27개 선거구중 20여 곳에서 당락이 뒤바뀌고 말았다.

 

투표를 한 유권자들에게 지금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비밀의 공개를 강요하는 형식을 밟는 한, ‘하자’가 발생할 개연성은 언제든지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투표소 바로 옆에 기표소처럼 조사응답실을 만들어 해당 유권자로 하여금 설문지에 기입한 뒤 투표함에 넣도록 한다”며 우리는 이와 너무 대조적이라고 지적한다.

 

선거운동 개시 이후 여론조사공표를 금지한 규정 역시 혼란만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일부 정당이나 언론사들이 여론조사결과를 호도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은 왜곡된 요인에 의해 의사를 결정하는 폐단이 우려되는 것이다.

 

선거제도 현실여건 못따라가

 

여론조사공표 금지규정은 유권자를 우롱할 뿐 아니라 언론출판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수정해야 마땅하다.

 

캐나다 대법원은 지난 95년 “여론조사공표 금지는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캐나다 등 선진국은 현재 여론조사 공표를 선거기간중에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오늘날 모든 정치선거는 미디어선거라 부를만큼 미디어를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다.

 

미디어선거는 고비용 선거구조를 개선할 대안으로서 뿌리내리고 있지만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게 뻔하다.

 

원칙에 얽매여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종종 보게 되는데 미디어선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이경재(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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