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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정치광고로 본 노무현

 

 

23일 조간신문에는 ‘첫눈 같은 정치’라는 제목의 정치광고가 나왔다. 민주당이 내건 이 광고는 첫눈 처럼 국민을 기분좋게 만드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인데 광고카피와 여백, 포근한 이미지 등이 여운을 남겨 좋았다.

 

이번 제16대 대선에서는 지난 11월18일부터 노무현 이회창 두 후보의 정치광고가 실리기 시작했는데 노무현 후보의 정치광고가 상대후보를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디어 선거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미디어 중심의 선거가 확대되면서 대통령선거와 시도지사선거에 한해 정치광고를 허용하고 있는데 노무현 당선자의 정치광고를 읽노라면 우리사회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철학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상대후보 압도한 정치광고

 

“낡은 정치는 제발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오직 자기를 뽑아준 국민만을 생각하고 봉사하는 정치, 규칙과 약속을 지키는 감동의 정치, 새로운 대한민국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대선 기간중 노무현후보의 정치광고 카피중 한 구절이다. 낡은 정치를 걷어내고 원칙이 바로 서는 감동의 정치를 후세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의지가 나타나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민주당의 사무총장을 지낸 김원길의원 등이 탈당해 한나라당에 또아리를 틀었을 때에는 “철새정치, 공작정치, 터무니없는 비방정치, 돈선거, 조직동원선거, 이것이 낡은 정치”라는 광고카피를 통해 국민적 여론을 결집해 나갔고 여중생 희생사건이 전국적 공분을 일으킬 때에는 거의 백지에 가까운 광고를 내놓고 속죄와 분노의 감정을 드러냈다.

 

“정치인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부끄러울 때가 없습니다… 미선아, 효순아, 다음에 다시 태어나거든 마음껏 외쳐라…대한민국! 반드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대북문제에 대한 첨예한 공방이 벌어질 때에는 “지구상에 단 하나 남은 분단국가 대한민국…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아픔은 모두 더 큰 일을 해내기 위해서라고 노무현은 믿습니다”라는 소프트한 광고카피로 맞섰다.

 

정치광고의 가장 큰 문제는 부정적 공격적 내용이지만 노무현 당선자의 광고카피는 이를 비웃듯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했고 또 흥미도 끌었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원칙과 상식이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직하게 옳은 길을 걷는 사람이 이기는 대한민국이면 좋겠습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졌다는 것은 더 많이 베풀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좋겠습니다. 힘있는 자가 옳지 않으면 옳지 않다라고 말하고 약한 자에겐 목소리를 낮추는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촛불을 든 우리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첫눈처럼 정치도 후련해야

 

온 국민의 소망이 담긴 소박한 광고이지만 노무현 당선자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이상적인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낡은 정치를 털어내고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만인지상의 권한이 이제 그에게 주어졌다.

 

첫눈이 내리면 답답했던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처럼 정치도 첫눈처럼 국민을 후련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광고 카피대로만 된다면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 역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된 정치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은 드물다.

 

훗날 후보 시절의 정치광고를 들이대면서 ‘왜 정치가 이 모양이냐’는 민성(民聲)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치광고도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경재(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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