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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 감상 엮은 류근조 시인의'나는 오래 전에 길을 떠났다'

 

 

'내가 태어난 잔뼈 굵은/아직도 그 허무한 옛터에/누구도 어쩌지 못할/무거운 쇠그늘이 거기에 있음을 아는가'('미륵산 쇠그늘' 부분)

 

중진 시인 류근조 교수(62·중앙대 국문과)가 여행시 선집 '나는 오래 전에 길을 떠났다'(새미)를 펴냈다. 채석강·만해생가·미륵사·마이산·한계령 등 국내뿐아니라 중국·몽골·미주·러시아·뉴질랜드·로마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느낀 감상을 솔직하고 겸허한 어법의 시 56편으로 엮은 책이다.

 

"여행은 귀아(歸兒)를 위한 끝없는 우회(迂廻)와 같다”고 말하는 시인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보다 넓고 깊은 차원의, 잃어 버렸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을 찾아 나서는 일”이 여행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여행지의 풍광과 소회를 읊은 여행시의 기본 틀과는 달리 시공을 훌쩍 뛰어넘어 선험적 여정의 한 줄기에서 변산 채석강도 스치고, 한계령도 넘고, 고비의 아침이나 북경의 아침도 마주 하게 되는 것이 이번 시집의 특징이다.

 

시인은 체험이 상상력을 유발시켜 시적 은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 것이다. 또 자기 자신의 내면과 주변의 삶을 평이한 언어로 차분하게 노래할줄 아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책의 말미에 작품해설을 쓴 허소라 시인(군산대 명예교수)도 "지리적 공간에 이르기 훨씬 이전에 바람과 구름과 새가 되어 떠돌다가 우연히 그곳을 스치면서 지난날의 그리움을 되찾아 내고 있다”고 표현했다.

 

익산출신인 시인은  1966년 '문학춘추'로 등단한 이후 '나무와 기도''무명의 시간속으로''낯선 모습 그리기''날쌘 봄을 목격하다' 등 시집과 '한국현대시특강''한국 현대시의 은유구조' 등 평론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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