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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아프냐?...나도 아프다”

 

얼마전 사랑이와 지혜, 샴쌍둥이 자매의 분리수술이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수술을 받기 위해 싱가폴에 갔을때부터 수술이 끝날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가.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들이 수술을 받게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수술결과가 무척 궁금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성공해야 될텐데...' 입버릇처럼 중얼거리곤 했다. 누가보면 내가 그들과 무슨 관련이 있는 줄 알았을 것이다.

 

물론 나는 그들과 아무런 인척 관계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자비심이 많거나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어서도 아니다. 내가 그들과 공통점이 있다면 한가지, 사랑이와 지혜 또래의 딸아이를 둔 부모라는 것이리라.

 

그들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한창 갓 태어난 딸아이에게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목욕시키는 것, 재우는 것, 우유먹이는 것, 무엇하나 쉬운 게 없었다. 그러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에서 보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샴쌍둥이 부모의 눈물에 같이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정상아를 둔 부모의 여유 또는 값싼 동정이라고 치부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부모가 되어보고서야 느끼게 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나나 샴쌍둥이 부모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있어 무엇이 다를까. 그 순간 그 부모의 마음과 하나가 될 수 있었기에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때 비로소 나는 '아하! 유마거사의 병이 바로 이런 마음에서 나온 것이구나'라며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마경』「문수사리문질품」에 보면 유명한 문수보살과 유마거사의 병(病)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님의 청을 받들어 병문안을 가게 된 문수보살과 대화를 하던 중 유마거사는 "중생에게 병이 있는 한 나에게도 병이 있고 그들이 나으면 나도 낫는다. 보살의 병은 대자비심에서 일어난다”는 유명한 법문을 한다.

 

얼핏 들으면 얼토당토 않은 소리다. 남이 아픈데 내가 아프다니? 남의 고통으로 내가 아플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깨치지 못한 중생들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의 얘기다.

 

여기서 유마거사의 병은 결국 중생을 향한 대자비심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자비심은 '동체자비' 정신에서 기인한다. 즉 남과 나를 둘이 아닌 하나로 보았을 때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남의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 자비심의 세계는 어줍잖은 이론이나 지식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깊고도 넓은 세계이다. 오로지 남과내가 하나가 되는 깊은 체험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여담으로 한마디 더.

 

요즘 드라마속 대사 한구절이 때 아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아프냐?...나도 아프다”는 이 간략한 대사는 그야말로 유마거사의 대자비심을 한마디로 압축해놓은 표현이다. 듣는 순간, 나 역시 머리 속이 번쩍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사 한마디에 열광하고 있다. 얼핏 보면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이 말에 왜 이렇게 열광할까? 그동안 남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에 그만큼 각박하고 인색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유마거사의 마음으로 본다면 비단 가족이나 연인 사이가 아닌 생면부지의 남이라 하더라도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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