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지, 어느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재산증식 수단으로 ‘부동산’만한 것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고 또 그 소문을 믿는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려왔다. 특히나 금년 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이 투기무대가 되었고, 아파트는 물론 대지나 임야 심지어는 공장부지까지 투기대상이 되는 등 전국에 투기 ‘열풍’이 아닌 투기 ‘광풍’이 불어 닥쳤다.
주지하시다시피 부동산 투기는 부가가치(附加價値) 없이 부동산의 가격만 치솟기에 국가 경제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서민들의 근로의욕을 감퇴시키고 빈부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등 그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이 너무 많아 국가발전이나 사회통합의 커다란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검찰청에서는 지난 7월 7일에 경찰청, 국세청, 건설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갖고 모든 수사력과 행정력을 투입하여 부동산투기사범을 발본색원하기로 하였다. 그 즉시 대검찰청에 ?부동산투기사범 합동수사본부?를, 일선 지방검찰청(지청)에 ?합동수사부(반)?를 각 설치하여 부동산투기사범에 대한 일제단속에 나섰다. 대검찰청에 이와 같은 수사본부가 설치된 것은 지난 1990년 수도권일대에 신도시를 건설 할 때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어 중앙수사부를 중심으로 한 합수본부가 설치된 이래 실로 15년만의 일이다.
사실 일선 청 형사부 검사들은 사법경찰관서에 송치한 사건과 검찰청에 직접 제출된 고소사건 등을 처리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럼에도 이번 단속의 주무부서가 대검찰청의 ‘중앙수사부’가 아닌 ‘형사부’로, 일선 청의 담당부서도 ‘형사부’ 검사들이 단속주체가 된 것은 부동산투기사범 단속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매일 매일 사건처리를 하면서 시민들과 부대끼는(?) 형사부가 주무부서가 되어 그 사명을 다하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형사부’를 중심으로 한 합수부(반)가 과연 얼마나 단속실적을 거둘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걱정을 하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러한 생각은 기우(杞憂)이었다.
금년도 7.7.부터 9.30.까지 검찰과 경찰은 총 5,027명의 부동산투기 사범을 단속하여 그 중 195명을 구속하였다. 또한 국세청은 투기 의혹이 있는 1,700여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여(아직도 실시 중) 15개 회사를 검찰에 수사의뢰하였고, 불법 중개업자 9명은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였다. 건교부도 법규위반자 66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과히 전(全)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투기사범과 전쟁을 치르고 있을 정도이다.
이번 단속 결과 나타난 현상을 보면 속칭 ‘큰손’이 조종하는 ‘기획부동산’ 업체에 의하여 전 국토가 투기장화 되었고, 또 그들은 지가(地價)를 높이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분묘(墳墓)까지 멋대로 이장(移葬)하는 등 ‘돈만 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도덕불감증이 만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투기에 나선 사람들도 부동산업체는 물론 변호사, 의사, 세무사 등 전문직업인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농민,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보여주고 있다. 실로 대다수 국민들이 ‘부동산투기’라는 중병에 걸려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제 갓 서른 살이 지난 자매(姉妹)가 친인척명의를 빌려 주택조합 아파트 11채를 불법 분양받아 언니는 9억 4천만원, 동생은 8억 3천만의 전매차익을 얻었다니 그 재주는 신출귀몰할 정도이다. 그런데 그 언니는 이미 아파트 10채, 상가 32개, 오피스텔 24개나 갖고 있다고 하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 고향 전북은 과연 부동산 투기에서 자유로운지 모르겠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든지, 일부지역에 대한 기업도시 지정 등 투기의 유혹요소가 적지 아니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장전입 수법으로 전주 시내 유명 아파트를 불법 분양받아 수천만원의 전매차익을 올린 투기꾼 수십명이 전주지검 부동산투기사범 합동수사부에 적발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양반과 애향의 도시인 전북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동기(대검찰청 형사부장 겸 부동산투기사범 정부합동수사본부장, 전 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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