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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사람과 풍경] '풍요의 기억'...새들은 금강을 잊지 않는다

갈대 무성하고 농경지 가까워 천혜의 서식처 가창오리 민물도요 청둥오리 등 50여종 찾아

위부터 금강을 찾은 천연기념물 제325호 '개리', 금강호로 날아드는 철새 무리, 군산 철새축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탐조투어팀'. ([email protected])

금강의 철새

 

한낮 내내 강물위에 줄지어 있던 새떼는 물이 빠지기 시작하고서야 비로소 깃을 털고 일어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무리와 함께 있던 새들은 쉽게 물을 차고 날아올랐으나 무리를 채 찾지 못한 새들의 기다림은 어두워진후에도 한참동안 계속됐다.

 

금강은 철새의 낙원이다. 우리나라의 철새 서식지는 여러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금강은 철새들이 겨울 한철을 나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철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금강이 철새들이 적응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철새 서식지는 20여곳. 강원도 철원과 속초, 경기도 강화, 광릉, 여주 신접리, 울릉도와 독도, 서산 천수만 , 주남저수지, 을숙도, 금강으로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금강은 우리나라의 3대 철새도래지로 꼽힌다.

 

금강하구는 겨울에는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춥고 건조하지만 여름에는 태평양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고온다습해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심한 것이 특징이다.

 

금강철새생태환경관리사업소가 조사한 철새 도래현황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금강하구둑을 중심으로 한 금강호 일원에 찾아온 철새는 40만여 마리. 그중 국제보호종인 가창오리만 30만마리에 이른다.

 

올해도 가창오리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민물도요 흑꼬리도요 큰기러기 청다리도요 왜가리 등 금강에서만 볼 수 있는 철새들이 앞서 찾아왔고,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고방오리 댕기흰죽지 황조롱이 흑꼬리도요 괭이갈매기 백할미새 같이 이름도 예쁜 수십종의 철새들이 금강을 찾았다.

 

강의 하구, 물을 가두어 둑을 세우고 도로가 놓이는 동안 자연은 훼손되고 생태계도 크게 변해버렸지만 금강을 찾아오는 철새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환경이 변하는동안 이 곳에 자리잡고 있던 텃새들이 떠나가고 새로워진 환경에 적응하는 철새가 다시 찾아오는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금강하구둑 윗쪽은 하구둑에서 서해한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금강대교 지역에 이르는 영역을 이른다. 강중앙에는 갈대밭이 있는 섬이 놓였다. 그 즈음에서는 강폭도 넓어진다. 최근, 군산시가 강주변 정비에 나서 돌쌓기로 정리된 강 주변이 구조적 안정성을 얻었고, 토사 퇴적으로 곡류부 일부 지역에는 갈대밭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주변에 농경지가 많다. 갈대가 자라고, 농경지가 가까운 덕분에 큰기러기 큰고니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붉은부리갈매기 등이 이곳을 즐겨 찾는다.

 

하구둑의 아래쪽은 또다른 철새들이 찾아든다. 물떼새 도요새 청둥오리 혹부리오리와 같은 새들이다. 조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이 곳은 조수차에 따라 사구와 갯벌이 생성된다. 여기에 갈대밭이 조성되어 철새 서식처로는 더없이 좋은 환경을 만든다.

 

금강하구둑 주변을 찾아오는 철새중에는 강이 아닌 들판의 조건 때문에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가창오리 청둥오리 기러기류의 새들인데 이 철새들은 금강대교 위 나포십자들을 중심으로 서식한다. 나포면 서포리 십자들은 비닐 하우스가 적은 논농사 중심의 들판. 철새들로서는 겨울철 먹이를 풍족하게 찾을 수 있는 천혜의 지점이다.

 

금강하구둑 철새도래지의 겨울 풍경은 아름답다. 어쩌다 가창오리의 군무 풍경을 만난다면 행운이다. 가창오리는 국제적 멸종 위기 및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해마다 금강하구둑에는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무리지어 찾아온다.

 

지금 금강호 일원에서 만날 수 있는 철새 종은 50여종. 다양한 종류의 철새가 어울려 한철을 나는 겨울 금강은 더이상 탁한 물길이 아니다.

 

군산 철새축제 자원봉사 '탐조투어팀'

 

축제의 성공여부는 자원봉사의 힘에 달려 있다. 축제의 꽃은 자원봉사. 군산세계철새관광페스티벌의 자원봉사자 중에서도 ‘탐조투어 가이드’ 는 관광객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축제의 최일선에 있다.

 

‘탐조투어 자봉’은 모두 15명. 탐조투어 셔틀버스에 동승해 탐조객을 안내하거나 탐조회랑이나 전망대에서 철새관찰을 돕는 역할을 한다. 철새와 일반적인 지식은 자봉교육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

 

지난해 가이드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자원봉사자 이애순씨(50)는 “철새축제의 가장 큰 의미는 자연과 환경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데 있다”며 “단순히 철새에 대한 정보제공 뿐아니라 관광객들이 일상생활으로 돌아가 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해갈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의 권유로 2년째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일본인 마쓰다미끼(42·호원대 일본어강사)는 “자원봉사 그 자체가 보람이지만 축제 이후 아이들에게 철새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보람도 덤으로 얻었다”고 말했다. “철새축제는 가능성있는 축제인만큼 세계적인 축제로 가꿔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군산토박이’임을 강조하는 김창민씨(33)는 “군산에 살면서 지역축제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런 것 아니냐”며 “축제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탐조투어 가이드외에도 시설안내와 행사진행을 돕는 자원봉사자는 모두 52명. 지난해에 비해 수가 다소 줄었지만 절반 이상이 이미 지난해 자원봉사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 ‘소수 정예’로 행사를 돕게 된다.

 

자원봉사 담당 강해완씨는 “분야별로 3∼4일씩 특별교육을 받아 행사진행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봉사에 대한 보람과 축제참여에 대한 자긍심이 높다”고 말했다.

 

축제를 통해 생태관광도시로 부상하려는 군산시의 꿈이 이들 자봉의 어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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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이성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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