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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레저] 가볼만한 곳 - 곡성 기차마을

섬진강 따라 기찻길 추억여행

산과 강을 따라 펼쳐진 한 폭 그림속으로 자동차와 기차가 함께 흐르는 곳. 섬진강 협곡의 겨울, 살얼음 사이로 물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곳에서는 사람도 자연도 한가롭다. 남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전남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은 그렇게 길손을 맞는다.

 

강물을 따라 가는 기찻길, 추억의 증기기관차를 타고 고즈넉한 풍광속으로 빠져들면 누구나 자연을 노래하는 음유 시인이 된다.

 

 

섬진강 기차마을로 가는 길, 당연히 기차를 타야한다는 생각을 바꿨다. 평소 준비성이 부족한 탓에 차표를 예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딸 아이는 잔뜩 기대했던 모처럼만의 기차여행 대신, 옛 비둘기호 열차처럼 덜컹이는 낡은 자동차를 타야 하는 게 못마땅한 표정이다. 대신 목적지에서 기차를 실컷 타게 될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핀잔은 차창으로 자연의 풍경이 들어오고서야 그쳤다.

 

전주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남원 시가지를 거쳐 마치 중세시대 성처럼 우뚝 선 곡성역이 시야에 들어오기까지 1시간 20분. 곡성역에서 이정표를 따라 움직이자 곧바로 옛 역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옛 곡성역 주변이 바로 섬진강 기차마을이다.

 

오전 11시, 시커먼 증기기관차가 기적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하늘로 내뿜으며 첫 출발을 알린다. 기차는 사실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모양만 증기기관차인 셈이다.

 

기차마을(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전라선 옛 철길 10km를 왕복하는 열차의 속도는 고작 시속 30∼40km 정도. 심하게 덜컹이는 객차안, 가족단위 승객들은 굽이치는 섬진강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큼지막한 보따리를 든 할머니들 대신 카메라를 든 주말 여행객들이 3칸의 객차를 채운 것 말고는 차창밖 풍경까지 1970년대 완행열차와 쏙 닮아있다.

 

4∼5월이면 철로를 따라 철쭉꽃이 만발, 장관을 연출한다는 게 역무원 복장을 한 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가정역에서는 기차마을로 되돌아오기까지 20분간의 여유시간이 주어진다. 열차에서 내리면 섬진강이 발아래다. 겨울 강바람이 예사롭지 않지만 그래도 객차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 강을 가로질러 놓인 현수교를 건너면 섬진강의 정취를 그대로 담아올 수 있다. 강변에는 따끈한 어묵과 커피로 몸을 녹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다시 증기기관차를 타고 기차마을에서 내리자 딸아이의 시선은 곧바로 페달을 밟아 달리는 4인승 철로자전거에 쏠린다. 타원형 선로 500여m 구간을 달리는 철로자전거에서 딸아이는 추위도 잊고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내내 재잘거린다.

 

모처럼 마음먹고 나온 길, 계절이 맞지 않아 볼거리와 놀이시설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생각해 낸 게 지리산 온천. 다시 남원으로 나와 구례 방향으로 온천까지 가는 길은 생각만큼 가깝지 않았지만, 철저한 준비없이 길을 나선 데 대한 아내의 불평을 사르르 녹이는 데는 그래도 온천이 제격이었다.

 

철쭉꽃 피는 봄철, 도시락 싸들고 다시 찾아와 섬진강의 추억을 만들고 싶은 곳이다.

 

전주에서 곡성까지 1시간 20분...증기기관차 오전 11시 첫 출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전주에서 남원 시가지를 거쳐 곡성까지(17번 국도) 1시간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단, 남원 초입에서 구례·순천 방향으로 시원하게 뚫린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로 접어들면 구례까지 가야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기차마을은 곡성역에서 800m 거리에 있는 만큼, 전라선 열차를 이용해도 불편은 없다.

 

기차마을(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10km구간을 왕복하는 관광용 증기기관차는 평일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운행하고 휴일에는 오전 9시30분과 11시, 오후 2시와 3시30분 등 4회에 걸쳐 섬진강변을 누빈다. 단, 동절기(12월∼2월), 토·일요일 및 공휴일 오전 9시30분 기차는 운행하지 않는다.

 

이용요금은 왕복 기준으로 어른은 5000원, 청소년과 경로우대자는 4500원, 어린이는 4000원이다. 20인이상 단체일 경우 1인당 500원씩 할인된다.

 

가정역에서 내려 20분간 섬진강 정취를 감상하고 다시 열차에 올라 기차마을까지 돌아오는데 70분이 소요된다.

 

인터넷(www.gstrain.co.kr)을 통해 사전에 정보를 확인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승차권은 인터넷으로 1개월 전부터 신용카드 예매와 결제가 가능하다. 관광객이 북적이는 봄·가을철과 달리 겨울에는 예약을 하지 않아도 이용에 불편이 없다.

 

모처럼 나선 길, 기차마을에서 허전한 느낌이 든다면 섬진강을 따라 구례로 가서 다시 남원쪽으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려 지리산 온천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코스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섬진강 기차마을은 내륙 산간의 전형적 농촌인 전남 곡성군이 폐철로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 1998년 전라선 직선화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폐선이 된 옛 곡성역∼가정역 구간 13.2km에 2003년 20인승 미니기차를 선보인 것.

 

1933년에 지어진 옛 곡성역을 보존하고 주변에 연못과 분수·정자·놀이시설도 설치했다. 또 관광객이 몰리자 12억원을 들여 모형 증기기관차(실제로는 디젤엔진)와 객차를 구입, 지난해 3월말부터 운행하고 있다.

 

기차마을서 가정역까지 섬진강을 따라 약 10km구간을 왕복하는 관광용 증기기관차는 좌석 162명, 입석 150명 등 총 312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단선 철로의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앞뒤로 기관차를 배치했고 중간에 객차 3량이 있다. 객차는 차량마다 실내가 다르게 돼 있으며 강이 훤히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옛 곡성역 일대는 지난해 7월 ‘기차마을 지역특화발전 특구’로 지정돼 섬진강변 자연환경과 연계하는 생태·녹색체험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다.

 

증기기관차뿐 아니라 어린이용 20인승 미니기차와 4인승 철로자전거·하늘 자전거 등을 즐길 수 있지만 겨울철에는 미니기차와 하늘자전거 이용이 일부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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