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섭(교육인적자원부 감사관)
‘천지의 하늘’은 태초의 어느 순간, 소위 ‘빅뱅’이라고 불리우는 대폭발 속에서 처음 열리었다. 그 후 145억년의 시간 동안 은하계에서는 수많은 충돌과 폭발이 일어났고, 그로 인하여 무수한 별들이 명멸해갔으며, 태양과 지구는 이러한 혼돈 속에서 탄생하였다. 구름은 바다 위로 강렬한 전자폭풍을 일으켰고, 태양의 자외선을 받은 연무들의 분열과 융합 속에서 지구는 새로운 생명들을 싹 틔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 억겁의 시간이 흐르면서 내 고향 푸른 하늘, 내 고향 푸른 사람들은 태어났다.
‘백성의 하늘’은 그러나, 한반도 반만년의 역사가 흐른 뒤에야 비로소 내 고향 땅에서 잉태되기 시작했다. 암흑의 끝자락에서, 우주의 ‘빅뱅’과도 같은 첫 빛은 서양으로부터 뻗어왔다. 그것은 ‘천주교’의 전래였다. ‘모든 사람은 귀천이 없고 평등하다’라는 교리를 가지고 220년 전 1785년 내 고향에 당도한 천주교는 조선왕조를 떠받치던 성리학적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온갖 핍박을 받았다. 그리고 내 고향 땅에서부터 박해와 순교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신해년 진산박해(1791년)를 시작으로 신유박해(1801년), 병인박해(1866년)가 이어졌고, 숲정이, 남문밖(전동성당), 중바위(치명자산) 등지에서 수많은 선교사들과 교인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들의 줄기찬 노력은 계속되었고, 이렇게 내 고향의 백성들은 ‘인간평등’의 고귀한 진리를 깨달아갔다.
나라 안에서도 한 줄기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인내천( ???' 사람이 곧 하늘이다’, '천심즉인심(?돑 ??’을 교지로 내세운 ‘동학’(1905년 ‘천도교’로 개칭)이 탄생하였다. 비록 ‘서학’에 대한 반발로써 ‘동학’이 탄생했지만, 그 사상의 내적 본질은 ‘인간평등’으로써, ‘서학’의 흐름 위에 존재하고 있었다. 때문에 ‘동학’ 역시도 백성들을 혹세무민한다 하여 조정의 탄압을 받았고, 교주 최제우를 비롯한 수많은 동학교도들이 순교하였다. 그러나 ‘인간평등’이라는 진리의 힘은 위대한 것이었다. 내 고향 ‘백성의 하늘’을 열어젖힌 이 진리는 폭정과 착취로 고통 받던 백성들을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었다. 정읍의 동학접주인 전봉준과 민초들은 ‘동학혁명(1894년)’의 선봉장이 되어 수탈의 역사에 당당히 맞서 싸웠다. 이렇게 내 고향 ‘백성의 하늘’은 핏빛으로 처음 열리었다.
횃불을 드신 순교자 윤지충, 유항검과 그의 아들?며느리(동정부부), 조화서, 최제우, 전봉준.... 그들의 힘이 되어준 민초들, 그리고 보두네 신부, 기독교 선교사 레이놀즈, 테이트, 전킨, 잉골드... 핏빛 하늘을 열어준 아름다운 님들께 꺼지지 않는 기름을 부으리라.
고향 밖의 세상은 내 고향 님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바뀌었고, 바뀌어가고 있다. 님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백성이 하늘’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직까지도 서투른 면이 없지 않지만,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필연성을 깨달아가고 있다. 또한, 서양의 도덕률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noblesse oblige)’에 대한 인식도 널리 퍼져가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평등의 가치’와 ‘백성들의 뜻’을 이해해가려 한다.
내고향 지도자들이여! 내고향의 푸른하늘이 황금들녁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듯, ‘백성의 하늘’과도 함께 어울려 영원히 푸른하늘로 빛나게 하소서!
/김은섭(교육인적자원부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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