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국방홍보원장)
추석연휴에 실로 오랜만에 가족들과 극장엘 갔다. 이날 본 영화는 요즘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화제를 모으는 ‘타짜’. 이미 개봉전부터 ‘공공의 적’을 히트시킨 감독의 작품으로 도박고수들의 세계를 낭만적으로 잘 그렸다느니, 김혜수의 누드가 너무 멋지다느니 상반신이 나온다느니 언론이 크게 보도한 터여서 외화(外畵)에 대한 욕구를 포기하고 선택한 영화였다.
영화는 소문대로 괜찮았다. 화투놀이를 잘 모르는 딸애는 연신 하품을 해댔지만 나는 스피드한 내용전개와 조승우, 백윤식(역시 백윤식의 연기는 감칠맛 난다), 류해진, 김혜수, 김윤석 등 출연배우들의 명연기도 쏠쏠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내 고향 전북이 배경으로 자주 나오는 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인공 고니의 고향이 지리산 자락 남원으로 나오는 가 하면 전라선 기차와 전주, 익산, 군산 등지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었다. 속으로는 ‘하필 노름영화의 주요 배경이 전북일까’라는 거부감도 없지 않았으나 70년대의 고향마을 풍광이 화면에 펼쳐질 때 마다 가슴 한켠이 설레곤했다.
영화를 본 후 ‘타짜’의 팬이 된 나는 기사를 검색하다 영화의 주배경이 전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동훈 감독이 전주 영생고를 32회로 졸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허영만화백의 원작만화에서도 ‘고니’의 출신지가 지리산자락으로 나오는 것이 맞지만 최감독의 고향이 전북인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아직까지 최감독에게 직접확인하진 못했지만)
필자가 이 칼럼란에 생뚱맞게 영화얘기를 들먹이는 이유는 전북도의 경우 새만금개발이나 대기업공장 유치 못지않게 문화산업에도 관심을 쏟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원래 전라도는 물산이 풍부해 풍류가 발달한 덕에 각종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풍부하지만 전북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판소리 여섯마당을 완결한 동재 신재효의 고향이 바로 이 곳이며 특히 동편제의 본향은 사실상 전북이다. 또한 춘향전의 배경뿐 아니라 흥부전의 배경도 전북 남원임은 이미 학계에서 고증된 바다. 현대문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람 이병기, 신석정, 미당 서정주, 고은을 비롯 채만식, 유현종, 윤흥길, 박범신, 최명희, 최근의 하재봉, 신경숙에 이르기까지 허다하다.
전북도는 이처럼 다양한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을 날줄과 씨줄로 잘 엮어서 훌륭한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그랜드플랜을 지금부터라도 그려야한다. 예를들면 전세계 태권도인의 메카로 자리매김될 무주 태권도공원을 거쳐 고은시인의 생가(만약 그가 노벨상을 받게 된다면)와 새만금방조제를 구경한 후 서해안 낙조를 보며 1박, 이어 황토현을 돌아 고창의 동리국악당을 거쳐 남원 춘향골과 흥부마을을 돌아 전주 한옥마을에서 또 하루를 묵는 문화답사코스를 만들면 참으로 멋질 것 아닌가. “21세기는 문화가 최고의 자산”이라는 토플러의 명제를 잊지 말기 바란다.
/윤승용(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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