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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싱가포르 발전과 실용주의 - 박차웅

박차웅(변호사)

말레이시아 반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크기의 작은 섬인 싱가폴은 비즈니스와 관광 중심 국가이다. 싱가폴은 원래 1967년 영국이 철수를 하면서 국가로 되기 위해서는 크기가 너무 작다고 판단하여 말레이시아의 한 주로 귀속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인구의 70%가 중국계이어서 말레이시아와 이질적인데다가 종교, 관습 등도 다르고 경제적으로도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아 1968년 말레이시아는 귀속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뒤 싱가폴은 ‘살아남기’위해서 실용주의와 경쟁력을 국가모토로 삼고 노력해온 결과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살기좋은 나라가 되었다.

 

최근 방문한 싱가폴의 센토사 코브라는 지역은 매우 인상적인 곳이었다. 원래 센토사라는 섬은 싱가폴 밑에 매달려 있는 여의도만한 작은 섬인데 싱가폴 정부는 처음에는 시민들의 유원지로, 나중에는 국제적인 리조트로 개발해서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였다. 이섬의 동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곶 부분을 센토사 코브라 부르는데 원래 이곳은 습지와 모래밭으로 이루어진 버려진 땅으로 가치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싱가폴 정부에서 여기에 요트계류장으로 사용할 물길을 내고 지목을 대지로 변경하여 몇백평 단위로 분필을 한 뒤 부자들에게 개별분양하고 또 기업들에게 대단위로 분양하여 대규모 콘도미니엄 단지 개발을 하도록 했다.

 

그냥 버려진 모래땅에 여기저기 200~300평 단위로 줄을 그어 놓았는데 이 땅의 분양가가 우리돈으로 거의 40억원이라고 하니 기가 막혔고 또 분양이 다 끝났다고 해서 놀랐다. 가이드는 싱가폴 정부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서민들을 위한 공공아파트(HDB)를 짓는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관료나 정치인들이 싱가폴에 와서 오차드로드(대표적인 쇼핑가)나 리버사이드(관광중심지)에만 있지말고 이 모래땅에 와서 이들의 실용주의를 배워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기실 싱가폴의 관료들은 국영기업 경영자와 겸직하거나 서로 자유로이 교환됨으로써 비즈니스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훈련받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수상에서 하급관리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맨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비즈니스맨 같다는 말은 바로 실용주의를 의미하고 이러한 실용주의적 정신은 모래땅을 부자들로부터 수억 달러를 끌어들이는 재원으로 활용하고 이 돈으로 다시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재원으로 사용하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싱가포르인 82%가 거주한다는 HDB 주택은 건폐율이 400%이상이고, 발코니, 담장이 없으며, 엘리베이터도 3개층 단위로 운행하고 관리인도 없애 관리비를 최소화해놓는 대신에 공급가를 1억원(전용면적 100㎡ 기준) 정도로 해서 서민들의 주택마련에 대한 부담을 없앴다고 한다.

 

멀리 바라보이는 인도양의 석양이 아름다운 센토사 코브를 걸으며 실용주의적 사고로 황무지에서 노다지의 대지로 바꾼 이들의 혜안에 다시한번 감복했다.

 

/박차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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