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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남원시립도서관’을 위하여 - 노경식

노경식 (극작가,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의 보잘 것 없는 이들 몇 권의 장서는 본인으로선 “피 같은 책들”입니다. 극작가 노경식의 칠십 평생이 그 책들 속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마누라와 자식들 빼놓고는 애지중지 가장 내가 사랑하고 아껴왔던 물건들입니다. -- 장서의 이름은 불초 ‘하정당문고’(下井堂文庫)로 정했습니다. 짐작이 가시겠지만, 옛날의 남원 읍내 “下井里 83번지” 주소는 본인이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흙장난치며 자라나 그곳에서 용성국민(초등)학교와 용중 및 남원농고를 줄곧 다녔으며, 노경식이가 서울에 대학진학을 한 뒤로도 내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때(1970년대)까지는 40여 년 세월을 어머님과 함께 농사 짓고 살아오셨던 인연 깊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내가 갖고 있던 몇 권의 책들(3청여 권)을 남원시에 기증하면서 시장님에게 보낸 편지글의 한 구절입니다. 본인이 관련된 일이라서 조금은 남세스럽고 안된 일이기도 합니다만, 저간의 남원 실상을 알리고 호소한다는 뜻에서 얘기를 꺼내기로 하였습니다. 지난 2003년도에는 우리나라 판소리 음악이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당당히 등록되었고, 그 중에서도 지리산 자락 남원이야말로 세상이 다 아는 <춘향전> 과 <흥부가> 의 탯자리이자 ‘예향’으로 불리는 본고장이올시다. 그런데도 지금껏 문화시설(도서관) 하나 없다니 될 법한 일이겠습니까. 흔히 도서관은 지식과 정서의 곳간이요 마음의 양식 창고라고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선 부끄럽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겠지요.

 

어쨌거나 이번 일을 빌미로 남원시에서는 시립도서관 건립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떡이나 빵에는 팥소가 있어야 제 맛이듯이 도서관에는 책과 자료가 있어야 제 격이지요. 그런데 소프트웨어가 없어서 되겠습니까? 우리 남원을 고향으로 갖고 계신 분이거나 아니거나 또는 출향해서 멀리 떨어져 외지에 살고 계시거나 아니거나, 평소에 내가 아끼고 손때 묻은 책들을 나눔의 광장으로, 공공의 장소에 쾌히 내놓는다는 것은 실로 보람차고 뜻 깊은 일일 것입니다.

 

여기서 남원시장님(최중근)의 적절한 한 말씀. “다만 우리는 귀한 책들을 시민을 위해서 잘 보관하고 관리하고 이용할 할 뿐이지요. 본인이 어느 날 책을 돌려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반환할 수 있습니다. 책이야 한 권도 좋고 열 권도 좋고 30권도 좋습니다.” 뜻 있는 독지가 여러분, 당신님의 소중한 책을 남원으로 보내소서! 춘향골 남원 시민들의 마음의 양식이 되고, 정서함양과 알뜰한 여가선용을 위하여. 그러고 보니까 장차 남원시립도서관의 장서가 시나부로 늘어나서, 10만 권 50만 권 하는 그날 그때를 꿈꿔 봅니다.

 

* 노경식씨는 남원 출생으로 남원용성초, 중, 남원농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철새’ 당선으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달집’ ‘징비록’ ‘소작지’ ‘井邑詞’ ‘하늘만큼 먼나라’ ‘萬人義塚’ ‘징게맹개 너른들’ 등 장단막극 30여 편을 썼으며,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한국연극예술상, 서울연극제 대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대산문학상, 동랑유치진연극상, 한국희곡문학상 대상, 서울특별시문화상 (연극) 등을 수상했다.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고문 차범석연극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경식 (극작가, 서울평양연극제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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