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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과 '참회'로 본 삶의 흔적...이시연 시집 '참 좋은 날'

"시적 긴장 피해야 독자와 가까워져"

전주교육대학교 제4대 총장 임기를 마치고 국어교육과 교수로 돌아온 이용숙 전 총장(62). 총장이란 무거운 책임을 벗고 나니 제자들과 한명씩 눈 맞출 수 있어 좋다. 시도 한결 쉽고 짧고 편해졌다.

 

꼭 10년 만에 펴낸 다섯번째 시집 「참 좋은 날」(시로여는세상). '시연(詩淵)'이란 아호는 열네살이 되던 해 서당 백일장에서 처음으로 장원을 차지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딱 90일 동안 쓴 시들입니다. 한 학기 동안 '문예창작교육론'을 강의하면서 나도 함께 써봐야겠다 마음 먹었지요. 아이들이 첫번째 독자가 돼줬어요. 그런데 시가 아프다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축복조차 아픔을 통해야만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겠죠."

 

오랫동안 그의 시 작업의 현장은 '바람'이고 '떠돌이'였다. 일상에 안주하면서 창작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며, '바람'과 '떠돌이'의 상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들은 다르다. '인연'과 '참회'를 화두로 한 시들은 한 학기 동안 강의하며 일기처럼 하루하루 써내려간 것들. 더러는 대자연의 은혜와 순리에 매달리기도 했다. 그는 "마치 수도 정진하듯이 고행하듯 썼다"면서도 "나를 버리고 내던지지 않으려고, 나를 찾아 지탱하려고 발악한 기록들"이라고 고백했다.

 

"시를 알면 세상이 아주 행복해 져요. 현실적으로 가지지 못해 안타까운 것들 대신, 더 넉넉한 것들을 채우게 되죠. 과거에는 시 한편을 쓰더라도 여러 기법에 충실했지만, 지금은 나만이라도 맑고 고요한 시를 쓰고 싶어요."

 

"시 쓰는 나는 큰 부자"라고 말하는 시인. 30년 이상 쓰다보니 고도의 기교나 시적 긴장은 오히려 피하고 싶어졌다. 시가 너무 깊어지면 독자와 멀어지기 십상. 많은 걸 내려놓더라도 독자와 나란히 가고 싶었다.

 

"이번 작업 이후에는 또 한참동안 붓을 내려놓을 참입니다. 깊이 사색하고 성찰하면서 스스로를 침잠시켜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보다 치열하게 시와 맞설 각오입니다. 시가 제 맛을 우려내지 못하거나 스스로를 위안하거나 구제하지 못할지라도 당당하게 시인의 삶을 이어가고 싶어요."

 

시인은 "누구나 생각 그릇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 그릇의 밑바닥을 긁어서 억지로 짜맞춘 글이 무슨 감동을 전하겠냐"고 되물었다.

 

임실 출생으로 1982년 「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금시내 안마을에 부는 바람」 「하나의 연잎으로」 「지리산 바람」 「요즈음엔 버리는 연습을 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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