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투 성공률 26% 그쳐 고의적 파울 작전에 울상
미국프로농구(NBA)에 '핵-어-샥(Hack-A-Shaq)'이 있다면 올 시즌 국내 프로농구에는 '핵-어-하(Ha)'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222cm)의 저조한 자유투 성공률이 중요한 승부처에서 소속 팀 전주 KCC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NBA에서 수비 기본전술로 굳어진 핵-어-샥은 자유투 성공률이 낮은 '공룡 센터'샤킬 오닐(Shaquille O'Neal.피닉스)이 로우포스트(페인트존 골대 근처)에서 볼을 잡으면 공격을 막으려고 고의적인 파울을 저지르는 것을 의미한다.
대상을 미리 정해 놓고 의도적으로 반칙해 상대 플레이를 끊기 위한 전술로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 경기 막판 자유투가 약점인 선수에게 자주 시도된다. NBA 전문가들은 이를 오닐의 이름 앞글자를 따 핵-어-샥이라 부른다.
오닐은 거친 몸싸움에 탁월한 리바운드 능력을 지녀 센터로서는 명성이 자자하지만 자유투 성공률은 보는 사람이 안타까울 정도로 저조한 편이다.
2008-2009 시즌 오닐의 자유투 성공률은 54.8%로 프로 데뷔 이후 16년 동안 거둔 평균 성공률은 사실상 반타작에 가까운 52.5%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하승진의 처지는 더욱 안쓰럽다.
올 시즌 국내 프로농구에 데뷔한 하승진은 그동안 14경기에 출전해 자유투 42개를 얻어 고작 11개(26.19%)만 림에 넣었다. 올 시즌 함께 프로에 데뷔한 서울 SK 김민수(63.6%), 창원 LG 기승호(58.3%), 인천 전자랜드 강병현(57.9%)의 자유투 성공률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자유투만 얻으면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하승진은 두 개 가운데 한 개만 성공해도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승진은 지난 2일 열린 LG와 원정 경기에서도 자유투로 곤욕을 단단히 치렀다.
KCC와 LG가 4쿼터를 동점으로 마친 뒤 1차 연장전에 들어가서 하승진은 상대 반칙 작전으로 경기 종료 1분29초, 49초 전 자유투 두 개씩 모두 4개를 얻었지만 단 한 개도 넣지 못해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승진은 자유투 실패로 고개를 숙였고 강을준 LG 감독은 하승진을 상대로 한 반칙 작전이 성공이라도 한 듯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승진이 자유투 성공률이 극히 낮은 이유는 도대체 뭘까.
허재 KCC 감독은 하승진의 손이 너무 커 구조적으로 잘 던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하승진에게 농구공 크기는 핸드볼 공 정도밖에 되지 않아 손가락 힘 조절이 보통 선수들보다 쉽지 않은 데다 섬세한 감각도 타인에 비해 더 무디다는 얘기다.
허 감독은 또 "국내 프로 무대에서 거의 처음 뛰다 보니 긴장을 한다. 어린 마음에 의욕도 앞선다"면서 심리적인 면이 자유투 부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하승진 역시 이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유투 부진의 원인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는 "자유투를 계속 넣지 못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고 집중력마저 잃었다. 연습을 통해 더 보완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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