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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Bye, Bye-전북 - 정성환

정성환(전북대 교수)

▲ 우리 떡도 작지 않다.

 

또 새해가 다가오고 있으니 이제 조금 지나고 나면 입시가 끝난 후 어김없이 각 입시학원마다 그해 자기학원의 성적표를 건물의 절반을 덮을 정도로 커다란 프랭카드로 만들어 걸어 놓을 것이다. 특히 입시 미술학원 앞의 프랭카드를 볼 때면 나는 몹시 못마땅하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하면서 의문이 생기는 일이 있다. 무슨 대학, 무슨 과에 어느 고등학교 누가 합격했고 또 어떤 대학의 어떤 과에는 어느 고등학교 누가 합격했다며 큰 글씨로 장황하게 써 내려 가다가 지역의 대학들 합격자는 이름도 없고 출신 고등학교도 없이 그저 몇 명이라고만 써 놓은 것이 마치 지역의 대학과 타 지역의 대학을 순위를 매겨 놓은 듯한 인상을 받기 충분하도록 해 놓은 것을 보면 그렇다.

 

무슨 객관적 평가기준이 있어서였을까. 문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옛 교육부나 모 일간지에서 전국의 디자인 대학, 대학원을 평가하고 순위를 발표한 것을 제외하고 그 어떤 제대로 된 조사는 없었다. 그저 왠지 남의 떡이 커보여서 아닐까. 그래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올해도 '빠이, 빠이 전북'을 시도할 것이다.

 

최소한 각 대학의 작품전, 과제전, 졸업생 취업실적, 수업의 강도, 교수들의 연구실적도 보고 대학원, 박사과정의 연구내용, 학회발표 내용 정도는 비교해 보고 대학을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그게 힘들고 귀찮으면 최소한 학기 중 대학에서 학생들이 밤새도록 어떻게 공부하는지 정도는 눈여겨 보고나서 '빠이, 빠이'해야 하지 않을까. 남의 떡이 큰 것과 커 보이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 작다고 능력도 작은 것은 아니다.

 

올해도 많은 디자인관련 프로젝트들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자되었다. 예전에 비해 규모도 건수도 그리고 분야도 다양해지고 많이 증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몇몇 지역에 디자인 전담 부서가 생기고,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고, 디자인 센터를 세우고, 디자인 비엔날레, 디자인 페스티벌 등 행사도 다양하게 치뤄지고 있다. 처음에 기업에서 시작된 것이 이제는 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이거 다들 왜 그러지. 그런데 그 이유가 이제 디자인은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올해 우리 지역의 크고 작은 디자인관련 프로젝트들 중 상당수는 타 지역 특히 서울 업체가 수주했다. 서울의 디자인관련 업체들은 전국을 무대로 아마 엄청난 규모의 디자인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고용도 창출하고 재정에도 기여하는 산업으로서 성장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러다보니 지역의 업체들은 지역의 프로젝트에서 조차 규모면에서 실적 면에서 예산 면에서 도저히 경쟁이 되지 못할뿐더러 전국적인 프로젝트는 꿈도 못 꾸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 디자인발전에 활용되어야할 많은 예산이 '빠이, 빠이 전북'이 되고 따라서 지역의 인재들 또한 '빠이, 빠이 전북' -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물론 업체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타 지역과 같은 대규모의 투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역의 디자인을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 업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안배와 배려가 필요치 않을까.

 

/정성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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