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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사람] 산악 동호회 '장애우 산사랑' 회원들

더디가도 함께 오르기에 거친 삶, 두려움도 부끄러움도 없다

"두려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어요.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거친 산이라도 오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산이 좋고 함께 할 수 있는 벗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지체장애인(절단장애인)들의 산악 동호회 '장애우 산사랑'(cafe.daum.net/hkhlette) 회원들. 이들은 대부분 부득이한 사고로 큰 수술을 받고 난 후 한동안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방황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어 다시 일어섰고, 한 걸음 한 걸음 산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장애우라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전북 지역 산악회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요.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서로 배려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산악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장애우 산사랑'을 결성한 황규환씨(36·완주군 봉동). 한 때 일반 산악회에 가입해 활동했었지만, 장애를 가지고 일반인들의 속도에 맞춰 산을 오르기란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장애우에게 등산은 만만치 않은 일. 불편하고 힘든 일이지만,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회원들은 "산 정상에 올라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때의 쾌감과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 강복석씨(34·익산시 모현동) 역시 지난 2001년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사고로 오른쪽 팔을 잃고 난 후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심지어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죠. 솔직히 장애가 없을 때에는 산을 좋아하지도 않고 오르지도 않았었어요. 하지만,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힘든 것들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회원 김준호씨(44·전주시 송천동)도 2000년 교통사고를 당해 의족을 착용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잠시. 산에 오르다 보면 정신적인 행복과 성취감을 얻는다.

 

"저희가 등산을 한다고 하면 '몸도 불편한데 어떻게 산에 가냐? 집에서 편하게 있지'라는 말들을 많이 하세요. 산행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그는 산이 좋고 함께 하는 동반자가 있어 산악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잘못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다며 아쉬워했다.

 

'장애우 산사랑' 회원들은 1km 거리를 산행하는 데 50여분이 소요된다. 중간 중간 휴식도 꼭 취해야 한다. 물론, 비장애인보다 산행하는 시간은 더디고 힘들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안전. 산행을 하기 전 미리 사전계획을 통해 산행코스와 소요시간 등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황씨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며 "산에 오르는 목표는 정상이지만, 우리 회원 중 한명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다시 내려온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무릎과 관절 등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등산복과 등산화 등 등산장비를 완벽하게 착용해요. 겉모습은 전문 산악인 못지 않죠. 그래서 '전문가들이 왜 이렇게 산을 못 오르냐?'는 질문도 많이 들어요. 그 때마다 웃으면서 우리는 한 발로 올라오고 있다고 답하죠."

 

산행을 하는 즐거움은 또 있다. 바로 회원들끼리 모여 앉아 먹는 꿀맛 같은 간식. 취사가 금지되는 '산불 기간'을 제외하고는 떡국, 순대국밥, 우족탕, 비빔밥 등 먹거리를 항상 챙긴다. 먹거리를 직접 준비하는 황씨는 "땀 흘려서 산 정상에 올라 경치를 바라보면서 밥을 먹는 행복과 기쁨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며 "한번 그 맛을 본 사람들은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장애우 산사랑' 산악회가 결성된 지 두달 여. 신생 산악회인 데다 회원수도 많지 않지만, 이들은 배려와 믿음으로 똘똘 뭉쳐 있다. 뒤로 처지는 회원이 있으면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손을 내밀어 잡아주면서 정상을 향해 함께 나아간다.

 

"신체적인 장애가 있다고 해서 좌절하고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모든 것을 할 수가 없어요. 아픈 과거는 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행복하고 좋은 것도 많아요. 앞으로의 꿈요? 산악회 회원들이 더 많이 늘어나 함께 하는 겁니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처음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했다. 회원들은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자기만의 목표를 두고 도전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느리게 가더라도 함께 가면 산에 오를 수 있잖아요."

 

'장애우 산사랑' 회원들은 "우리 산악회는 특별한 것도 없고 일반 산악회와 똑같다"며 "단지 일반인들보다 산행하는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될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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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신동석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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