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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역사로 조망하는 상인정부의 행보 - 한면희

한면희(전북대 쌀삶 문명연구원 HK교수)

역사로 조망하는 상인정부의 행보

 

한면희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HK교수)

 

중국 전국시대 말기인 기원전 3세기에 편찬된 역사서 ??여씨춘추??는 ?상농편?에서 평민을 두 부류, 즉 농민과 상인으로 나누어서 양자를 비교하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농민은 어린이처럼 맑고 순박하며 명령에 복종하는 경향이 강한 데 반해, 상인은 교활하고 이기적이어서 순수성이 매우 약하며 복종심도 없다. 이웃 나라와 전쟁이 벌어질 경우 농민은 고향을 지키기 위해 동참하는 반면, 상인은 필요한 재물을 챙겨서 도망가기 일쑤다.

 

농민과 상인이 행태를 달리 하는 연유는 천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삶의 양식과 사회제도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농민은 타인과 협동을 통해 열심히 일한 만큼 수확을 올린다. 물론 필요할 때 태양이 내려쬐고 비가 내려야 한다. 따라서 농민은 하늘을 우러러 숙연한 자세를 가다듬는다. 이에 반해 상인은 시장에서 술수를 부리기에 따라 들인 노고에 비해 많은 재물을 거두어들일 수 있으니 이웃을 배려하는 경향은 덜 갖게 된다. 농업문화에서는 상인의 영향력이 작았던 탓에 사회 곳곳에서 공동체 의식이 인간다운 풍모를 적지 않게 남겼다.

 

역사적으로 농업문화 시대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봉건제로 인한 신분제 계급사회의 고착과 짙게 드리워진 빈곤이 문제였다. 자유주의 혁명으로 불합리한 제도가 혁파되면서 누구나 자유를 누리고 시장서 영리활동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절차를 통해 국민이 주인임을 추인하는 자유 민주주의와 보이지 않는 시장제도가 구축되었다. 한국은 과거 중국의 영향을 받는 동아시아 문명권에 속해 있었고 근대 들어서는 서구의 제도를 빠른 시일에 받아들이는 진전을 이루어내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근대 후진국의 특성인 독재에 대해서도 민중의 결집된 항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성취했다. 일각에서는 이제 선진 한국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희망적 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정부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오늘날 세계 전역에 몰아친 금융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촉발되었고, 그것은 시장 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상인은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든 제 이익 창출에만 골몰함으로써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킨 것이다. 이에 선진국 정부는 계획을 세워 경제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하면서도 건강한 사회를 조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데 반해, 우리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연말연초에 국회파행을 초래한 쟁점 입법안 가운데 방송법과 금융산업법, 이른바 마스크법 등 다수 입법안은 심각한 문제를 띠고 있다. 국민의 귀를 열어주는 방송 뉴스가 편향적으로 재벌과 그들의 편에 서있는 권력의 입맛에 맞춰 사전에 요리되어 나온다면 그런 블랙박스로 점철된 나라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 미네르바로 지칭된 한 인터넷 논객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했다고 해서 그를 구속하는 나라에는 독재의 그림자가 배회할 뿐이다. 농민의 정직함을 배우는 상인과 기업인, 비판에 스스로를 열어 놓으면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정부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한면희(전북대 쌀삶 문명연구원 HK교수)

 

◁ 한면희 교수는 녹색대학 교수(대표)와 환경정의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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