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찬(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예술사업부장)
뮤지컬은 약 140년 전인 1860년대 미국 뉴욕에서 노래와 춤을 이용해 극을 이끌어가는 유럽의 오페레타(오페라 보다 서민적이고 가벼운 오락을 가미한 오페라 축소판)에서 출발했다. 흑인 노예들의 애환이 담긴 흑인 영가에서 대중음악이 출발했고, 그 대중적 요소와 오페라의 형식이 결합하여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면서 뮤지컬이란 장르를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오페레타의 작품으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과 브렛포드 로페스의 '42번가', 조지 거쉬인의 '포기와 베스',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손다임의 '스위니 토드'등 들 수 있다.국내 뮤지컬 시장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 단일 공연으로는 최고액인 190억원 입장수입을 기록한 후부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세계 4대 뮤지컬 등 빅 뮤지컬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흥행 또한 성공하여 공연계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초기의 국내 뮤지컬시장은 미국 브로드웨이의 작품이 대부분 이였으므로 그 식상한 을 틈타 현재는 유럽 중심의 작품, 체코의 '드라큘라', 프랑스의 '로미오와 쥴리엣' '노트르담 드 파리' '돈주앙'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어로 번역되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을 지배하는 문화 산업으로 발전하였다.
이렇게 뮤지컬 인기에 편승하여 국내 뮤지컬 제작도 활발하다. 국민 뮤지컬 '명성황후'을 비롯하여 경기도 문화전당의 창작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경상남도의 창작 뮤지컬 '이순신',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30억원을 투입해 제작하는 김훈의 '남한산성' 등 많은 작품이 대형화되고 그 지역의 문화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뮤지컬 맘마미아의 영화개봉과 함께 '색즉시공', '미녀는 괴로워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뮤지컬로 변신중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장르에서 뮤지컬과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어린이 뮤지컬, 뮤지컬 발레, 국악 뮤지컬 등 모든 장르가 뮤지컬과 결합으로 대중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난타, 점프 등 넌버벌(대사가 없는) 공연도 변형된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왜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예술의 종합적인 요소에 작품성과 오락성,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의 정서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관중과 대중이 관심을 받지 못하면 더 이상 지속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서양음악의 편향에서 벗어나 오리엔탈리즘, 즉 동양의 멜로디와 소재에 새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1980년대 영국 BBC 방송에서 제기 되어 반향성을 불러 일으켰고, 많은 작곡가들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동양적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뭔헨 올림픽의 공식작품인 윤이상 오페라 '심청'에서 예전에 듣지 못한 신비한 국악적 멜로디에 전 세계 음악계가 주목한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국악은 우리민족 대대로 내려오는 소리의 총칭으로 서양음악과 같이 고유의 음계,악기 등 모든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의 변화와 결합으로 많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지도는 냉담하기 그지없다. 지켜야할 전통예술과 그 전통예술의 행위 즉 공연예술은 별개의 문제이며, 지켜야할 국악적 요소와 발전시켜야할 국악적 문화컨텐츠는 구별하여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예술은 앞으로 충분한 세계적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국악도 모든 예술장르처럼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하여 노력해야하며 그 답은 뮤지컬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예술의 가치도 사회적 시장원리에 부합하지 못하면 사라지고, 또 다른 문화가 그 자리를 메운다. 현대는 빠르게 변모하는 다원화된 사회, 글로벌시대이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고 신선한 문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갈망한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가장 가까이 있고 가능성 있는 것이 우리의 것이라 할 수 있다. 멀지 않는 미래에 메이드인 코리아 공연이 전 세계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를 것을 기대해 본다. 그 중심에 우리의 국악이 있다.
/이 찬(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예술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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