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넌 서울 안가냐?"
요즘은 익숙해 졌지만 아직도 드물게 듣곤 하는 말이다. 요즘 내 또래인 20대 중후반들의 진로는 대개 두 방향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역에 남거나 서울로 가거나. 지역에 남겠다는 이들은 주로 고시를 준비하는 쪽이요, 서울로 가겠다는 이들은 '서울에 가야 먹고 살 길이 생긴다'고 믿는 쪽이다. 나는 지역에 남아있고 싶어하는 애정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나마 전자가 낫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꿈이나 열정을 위해 지역에 남는 이들을 찾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안타까운 사실은 지역 스스로가 서울로 가지 않는 이들을 서울로 가는 이들에 비해 열등하거나 무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은 스스로 인재들을 외부로 밀어내는 '자발적 인재유출'을 자행하고 있다. 소위 '지역 인재'들에게 "지역말고 서울가서 공부하란"다. 그냥은 못 보내니 감사한 마음이라도 가지라고 손수 큰 돈 들여 서울에 장학숙까지 지어준다. 열심히 뒷바라지 해서 지역 인재들을 서울로 보내는 지역의 모습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자식교육에 헌신하는 '기러기 아빠'의 그것과 꼭 닮았다.
우리가 주변에서 숱하게 들어온 '기러기 아빠' 이야기의 주요 테마는 '헌신적 뒷바라지 뒤의 배신'이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많은 경우가 그런 것도 사실이다. 이제 묻자. 배신당한 그들이 모든 걸 바쳐 무엇이 남았나? 지역은 이와 얼마나 다른가? 소위 중앙에서 '잘 나간다'는 지역출신 인사들은 서울과 지역 중 어떤 곳을 위해 주로 활동했나? 왜 지역은 '기러기 아빠'가 되기 위해 안달하는가?
광주문화방송 보도제작부장 박용백은 최근 출간한 저서 「서울에서 살렵니다」에서 "서울 유학파는 서울의 직장에서 터를 닦아 중견 사원이 되거나 간부급이 되어 연고가 있는 지역으로 파견돼 내려온다. (…) 그러나 그들은 잠시 머물다 돌아간다. 지역은 일시체류, 서울은 영구 귀환의 땅이다"라고 말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은 자신의 블로그 '원순닷컴'에 올린 '어떤 모순-교육도시 전주가 서울에 학숙을 세우는 이유?'라는 글에서 "교육도시로 자타가 공인하는 전주가 그 지역으로 다른 지역의 학생들을 끌어들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자신의 지역 출신의 학생들을 위해 서울에다가 기숙사를 짓다니"라며 "이런 끔찍한 모순이 어디 있는가!"라고 탄식했다.
이제 생각을 바꿀 때다. 지역이 '자발적 인재유출'을 위해 수많은 돈을 붓는 동안 지역에 남은 이들은 장학금 받을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돈은 돈대로 서울로 보내고, 인재는 인재대로 서울에 빼앗겨 지방대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약해진다. 지역 스스로가 자신의 목을 죄고 있는 꼴이다. '중앙에 줄 있는 인물을 키워서 지역에 콩고물을 떨어뜨리자'는 기존의 '줄대기'식 전략과도 다를 바 없다. 지역발전의 핵심은 지방분권이고, 지방분권의 핵심은 스스로의 권한을 유지·강화시킬 수 있는 지역 인재 양성이다. '자발적 인재유출'을 다시 생각할 때다. 그래야 지역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 성재민 대표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재학 중이다. 저서 「재미있는 전주이야기」(강준만 외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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