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시인)
전 세계가 신종인플루엔자 h1a1(이하 신종플루)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다. 신종플루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믿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확진환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자까지 나오고 있어 공포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보건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 신종플루가 전염성은 강하지만 초기 관측보다는 치사율이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예방수칙만 잘 지킨다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신종플루의 공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몸속에 들어오기 전에 노크도 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하며, 점점 '카오스'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을 '카오스'로 몰아넣는 데는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작용했다. 정부와 언론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의견이 분분하니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판단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신종플루의 특징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인데 언제, 어디에서, 누군가에게,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원래 보이지 않는 적이 가장 큰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법이어서 사람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이미 병이 아닌 병에 대한 공포에 먼저 감염된 건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까지 가세했으니 공포감염에 이어서 이미 훌륭한 사회적 합병증이 생긴 셈이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문화적·정치적으로 신종플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감염과 전염'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소문'이 그렇다. 신종플루가 가진 놀랄 만큼 빠른 전염성은 이른바 우리가 접하고 있는 '소문'의 속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변경에서 생겨나서 중심부로 뚫고 들어온 것이든, 그 반대로 중심부에서 변경으로 퍼진 것이든 소문은 순식간에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말,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을 통해 소문은 순식간에 번식하며 어느새 무수한 변종을 만들어낸다. '어떤 사람이 그러는데'라고 시작되는 훌륭한 방법으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에 진실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문이 '진실인가' 또는 '거짓인가' 하는 점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문에 감염되고 더 부풀려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뿐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몇몇 소문들은 높은 전염성과 함께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다. 이 소문에 전염된 사람들은 치료의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고 사람을 내몰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어쩌면 신종플루보다 치사율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염성이 대단히 강력한 사회이다. 뭉쳤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뭉치는 것은 단연 최고가 아닌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무엇을 옮길 때에는 내가 무엇에 감염되어 있는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저 떠도는 소문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소문이 정말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진짜 타미플루일지도 모른다.
/이현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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