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서울공화국'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역사회에 커져가고 있기 때문인지,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젊은 인재들을 뒷모습을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들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들이기에 지역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 말이다. 때문에 이런 문제의식을 조금이라도 가진 이들은 서울에 장학숙을 짓는 것에 반대하며, 지역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주장에 동의한다. 열심히 지역에서 기른 인재들을 대도시에 조공바치듯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하다. 그들을 지역에 남아있을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문화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이미 수백번 이야기 해 온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이를 위한 다양한 법적·제도적·문화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가고 있다. 지역 인재들을 키우기 위한 교육제도나 지역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서울에 인재를 뺏기지 않겠다'는 현재의 지방 논리는 매우 현실적인 방법이긴 하나 방어적이다. 우수한 인재들을 지역에 남게 하는 것만으로 지방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우수한 인재를 서울에 뺏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방으로선 고무적인 일이긴 하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는 지역을 살리기 힘들다. 지역인재에 우수한 인재들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조사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15세 이상의 시민 4만8000명을 대상으로 '서울거주 만족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0대(15~19세)에서는 계속 서울에 살고 싶다는 응답이 75.6%로 가장 높았으나 갈수록 연령층이 높아지는 20대(71.4%)와 30대(68.5%), 40대(64.5%), 50대(63.3%), 60대(61.3%)로 갈수록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만족도가 낮은 60대에서도 계속 살고 싶다는 응답이 61.3%에 이른다는 것은 아직도 이 사회가 '서울공화국'임을 말해주는 증거이지만, 갈수록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지역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바로 이 점을 노려야 한다.
호소카와 모리히로와 이와쿠니 데쓴도는 1993년 출간한 「지방의 논리」에서 이미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들이 제안한 방법은 'U-턴 어드바이저'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거주하다가도 지방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한참 활동기에 있는 청·장년 남성들이 지역으로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일자리 문제다. 지역에 어느 일자리가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U-턴 어드바이저'는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해 만든 '돌아오는 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의 일자리를 면밀하게 조사해 자발적으로 지역에 돌아오고자 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서울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 뿐 아니라 지역내에서도 미취업중인 청·장년층에게도 적합하다. 정보가 없어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행정차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다.
벌써 16년전에 출간된 책에서 등장한 아이디어였으나 아직 국내에서 실현된 사례는 아직 찾아보질 못했다. 지금처럼 행정기관에서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특정 계층에 대한 한시적 처방일 뿐이다. 'U-턴 어드바이저' 제도는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도움이 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이자 인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지역중소기업들에게도 유용한 제도다. 문제는 지자체의 실행 의지다. 조금만 노력하면 더 많은 이들을 지역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지역발전에 기업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이제 사람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다.
/성재민 (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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