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경희대 교수)
얼마 전 우리나라와 인도간에 FTA가 체결되었다. 또 최근에는 EU와의 FTA도 체결되었다. 멀지 않은 시기에 아세안과의 FTA도 체결될듯하고, 한중일간의 FTA 체결 논의도 심도를 더해가고 있다. 과연 FTA 폭풍의 시대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FTA 체결에 찬성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우리 국익에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일간의 FTA 체결만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니 좀 더 솔직히 표현한다면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체결의 이익보다는 체결의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FTA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각국이 잘 만드는 상품을 교환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칠레 FTA처럼 칠레는 천연자원을 우리는 공산품을 교환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는 그러한 상호이익 관계가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유이(唯二)하게 거의 대부분의 상품을 만드는 두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관계에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상품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 심지어 농축산물조차도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경쟁력이 없는 편이다. 물론 개방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더 빨리 갖출 수 있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이미 다른 나라와의 FTA 만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한일간의 FTA 논의는 여기서 그치고 FTA와 우리 농촌과의 관계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국익에 일치하는 FTA는 해야 한다. 그러나 햇볕이 강하게 비칠 수록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명암이 뚜렷해지듯이 전체 국익에는 이익이 될지라도 부분별로는 음영이 있기 마련이다. 대체적으로 공산품쪽은 이익이 되고 농산품쪽은 손해보는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FTA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곤란하다. 문제는 우리가 농업을 보는 시각과 운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농축산 정책에서 중요한 하나의 지표를 주장하고 싶다.「생산자소득율」이라는 지표다. 농축산품을 소비자가 구입할 때 지급하는 돈 중에서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즉 분자는 생산자에게 지급되는 액수이고 분모는 최종 소비자가 농축산물 구입에 지불하는 액수이다. 예를 들어 배추 한포기가 시장에서는 2500원에 팔렸는데 밭에서 생산자는 500원에 중간상에게 넘겼다면 생산자소득율은 500/2500 x 100하여 20%가 된다. 이 수치를 각 농축산품 별로 계산해 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농축산물은 70% 정도 되는 것도 있고 어떤 상품은 20%도 채 안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정책당국자는 바로 이 생산자소득율이 품목별로 왜 차이가 나는 것을 분석하고 그 이유를 단계별로 찾아들어 가면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것의 해결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할 것인가를 용이하게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지표는 다양한 농축산 정책의 우선순위의 결정과 시행여부 결정 그리고 무엇보다 시행한 정책 결과를 평가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즉 생산자소득율을 높이는 순서가 정책시행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고, 이 지표를 높인 정도가 정책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지표 값을 별로 올리지 못하는 정책은 아무리 멋있게 보일지라도 시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97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정말로 많은 자원을 농축산 분야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과연 우리의 영농방법이 얼마나 변했는가를 냉정하게 분석하면 UR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농축산 환경은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자원을 너무 낭비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우리는 농업의 비경제성과 전략적자원성 그리고 국방적 가치만을 주장하였지 이 엄청나게 중요한 농축산업을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시키는데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였다. 농축산업은 어느 정도까지는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살아남기 위해 농축산업은 반드시 경쟁력 있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
/김상국(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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