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지역에 남기로 결심한 20대의 입장에서, 그 뜻을 실현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든 인적·물적 자원이 특정 지역으로 쏠리다보니 지역에 남는다는 것은 지원이 끊긴 전장에 남아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다. 지역에서 남아있는 일 중 가장 어려운 점을 하나 꼽자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함께 할 '친구'들이 없다는 점이다.
20대는 한국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맥'과 '돈', '권력'을 갖추기 힘든 나이다. 그 중에서도 '지역의' 20대는 같은 세대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생존을 고민할 수 있는 통로조차 없어 외롭기까지 하다.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도 홀로있다. 모두 '각개약진(各個躍進)'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개약진'이라는 말은 본래 병사 각 개인이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개별적으로 돌진하는 것을 일컫는 군사용어다. 군사목적 이외의 쓰임새를 몰랐던 이 말은 강준만 교수가 저서 「각개약진 공화국」에서 처음 제시한 이후 한국 사회의 특징을 일컫는 말로 자리잡았다.
지역의 20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각개약진이 심한 세대다. 지금의 20대에겐 사회진출의 문이 워낙 좁아 '내가 들어가기 위해선 남을 제쳐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또래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친구'보다 '경쟁자'로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더 가슴 아픈 것은 지역에 남은 20대들이다. 서울의 20대들은 적어도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다른 또래들과 정보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서로간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반면, 지역의 20대들에겐 소통의 창구가 없다. 그들의 목표가 서울을 향하건, 아니면 지역을 향하건 또래들과 어떠한 생각과 관심을 나눌 수 없는 채널이 없다.
같은 세대들 사이의 소통채널이 부재하다보니 20대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그들이 향하게 되는 방향은 원하는 목표에 대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가져볼 수 있는, 모든 자원이 쏠려있는 서울이다. 소통의 부재가 지역의 20대들을 '서울행' 열차로 떠밀고 있는 셈이다.
지역의 청년들이 떠난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가슴 아픈 일이다. 모든 일은 사람의 일이다. 세계 일류 기업을 만들어내는 힘도 사람이고 조직과 제도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좋은 인재들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지가 한 조직의, 기업의, 나라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을 우리는 이미 수차례 목격해 오지 않았던가.
지역의 미래도 결국 얼마나 좋은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문제는 그들을 어떻게 지역에 남도록 하느냐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은 있기에 억지로 지역에 남도록 할 수는 없다. 대신 선택을 내리기 전에, 지역의 20대들에게 지역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자.
'넛지(Nudge)'라는 말이 있다.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동명저서에 등장한 이 말은 '팔꿈치로 슬쩍 건드림'이란 뜻으로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선택에 앞서 '강제적이지 않은 개입', 이를테면 제시되는 조건의 변화 등을 통해 보다 나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개념은 저자 중 한명이 오바마 정부의 정책관료로 중용될 정도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높은 관심과 공감을 얻었다. 나는 지역 인재에 대한 관점에서 '넛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대한 정보와 고민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청년들의 지역 유출에 '개입'함으로써 지역의 인재 유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에 남는 것'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지역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 대안의 실현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역의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매체의 존재가 절실하다. 지금 우리 지역 청년들에겐 그들의 관심과 생각을 공유할 매체가 없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지역언론이나 매체가 20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청년들이 선거나 지역현안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지역언론이 가져야 할 가장 큰 사명중 하나는 20대들의 소통을 책임지는 일이다. 이는 지역 언론들이 꾸준히, 그리고 당연히 가져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아직 지역신문은 '재미'에 민감한 20대가 읽기엔 딱딱하고 지루하다. 지역신문들에게 고하노니, 부디 20대가 읽어도 즐거울만한 소재와 기사, 편집으로 '재미'를 주시라. 20대의 소통은 지역언론에 달려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구심점으로써, 지역언론의 책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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