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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국공립예술단에 부는 민영화 바람 - 박영준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지난달 19일 일본 최대의 항공사 일본항공(JAL)가 파산했다. 한 때 항공업계 세계 3위까지 치솟던 일본의 국영 항공사의 파산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공기업인 항공사를 민영화로 간판만 바꿔 달면서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로 수익성 관리와 경영 혁신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JAL의 몰락은 우리나라의 인천 국제공항의 민영화의 반대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뜬금없이 국내·도내의 소식도 아닌 일본항공사의 파산을 거론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국·공기업 민영화 바람이 몇 년 전부터 불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KT, 국민은행 등 민영화된 기업이 많은 데다 앞으로도 민영화될 공기업이 많다. 토지, 공항, 건설, 관광 등 국민의 편의 생활과 직결되는 공기업의 민영화는 공공요금 인상과 고용 감소, 사회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높은 문제다.

 

공기업의 민영화 바람은 예술계에도 불어오고 있다. 2000년 국립극장 산하의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이 한꺼번에 재단법인화되었고, 2005년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이어 산하 세종문화회관 등이 법인화되고 있다. 국립극단도 오는 4월 중으로 법인화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많은 예술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국립극단의 공공성 훼손에 대한 우려다. 법인화를 반대하는 의견에는 '민영화의 전 단계이고 공공성 우선주의에서 경쟁, 성과, 수익을 중시하는 시장원리로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다른 쪽에서는 '법인화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대폭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쇄신할 필요도 있다', '만약 결격이 있는 단원이 있다면 엄격한 오디션으로 걸러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공립예술단은 영리단체가 아닌 복지기관이다. 법인화 되었을 경우 수익사업에 치중할 우려가 있다. 예술단의 순수예술 창작의 발전을 위한 정기·기획 공연보다 수익성 높은 공연에 치중하는 상업 예술단체와 다를 게 없다면 상업과 예술 사이에서 서성이면서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이다.

 

국·공립예술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기·기획 공연만 하던 모습에서 이제는 지역 곳곳을 찾아가는 순회공연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사절단이 되어 공연을 통해 우호적인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하고, 우수 공연 레파토리 개발을 통해 서울과 타지역의 대표적 행사에 초청 돼 지역의 대표성을 지닌 단체로서 위상 강화를 하고 있다. 또한, 해외공연을 통해 대외적 이미지를 높이고, 단원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해 예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개발해 문화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대중성 확보, 단원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의 보완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연예산의 증액은 물론 공연에 참가하는 관객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 국공립예술단의 법인화를 반대만 할 것인가, 대세가 법인화로 가고 있다면 대책을 세워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민영화, 법인화는 경쟁력 강화라는 장점과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업성의 단점을 갖고 있기에 지역 예술시장의 환경을 고려해 시대 흐름에 적절하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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