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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미스로 산다는 것' 新풍속도

"대학 다닐 땐 졸업만 하면 비싼 돈 내며 학교다닌 거 다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제 어머니도 그러세요. 너희가 대학만졸업하면 허리 펼 줄 알았다고요.""의사 소개팅이 들어왔는데, 어머니 반응이 뜻밖이었어요. '사돈집에서 병원 차려 달라는 욕심을 내지 않겠느냐'며 나가지 말라는 거였죠."전문 작가 윤단우씨와 웹서비스업체에서 근무하는 위선호씨가 함께 쓴 '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모요사 펴냄)에 소개된 30대 일하는 미혼여성들의 이야기다.

 

'골드 미스'의 이미지는 학력과 직업이 웬만한 남자 못지않은 탓에 눈이 높아져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고 자기 인생을 즐기는 이기적인 여성 정도지만, 그런 겉모습만으로 골드 미스의 속마음과 현실을 모두 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들은 30대 여성 50여 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에서 30대 미혼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무조건 비난하지도, 편을 들지도 않은 채 그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간결하고도 뚜렷하게 전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책에 그려진 신(新)풍속도에는 흔히 알려진 모습도 있지만, 뜻밖의 모습도 있다. 저자들이 만난 여성 대부분은 투사처럼 결혼제도를 당당하게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과 잘 맞는 남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있어도 결혼에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므로, 결혼하면 뻔히 처하게 될 악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결혼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이들은 어머니로부터 "엄마처럼 살지 마라",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해라"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들으며 자랐다.

 

자립심 강하게 성장한 이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취직했다.

 

학력과 소득이 높아지니 사회적 시선과 부모의 기대, 자신의 마음에 맞는 '나보다 조금 나은 남자'를 찾기 어려워졌다.

 

딸 둔 부모의 기대는 특히 높아졌다.

 

어려운 집안에서 자라 괜찮은 직업을 구한미혼 남성마저 '개용남(개천에서 용 난 남자)'으로 불리며 듬직한 사윗감에서 멀어졌다.

 

자신이 미처 못한 효도를 아내에게 대신 강요해 '효도 용역'을 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의 씁쓸한 별명이다.

 

결혼할 상대를 찾았더라도, 치솟은 집값 탓에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둘만의 힘으로 결혼하기가 어려우니 결혼이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저자들의 표현대로 "부모들은 부동산으로 재산을 축적했지만, 그 축적이 자녀의 혼삿길을 막는 형국"이다.

 

미혼 남녀의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는데, 결혼 후의 상황은 더디게 변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일하는 기혼 여성들은 남편보다 과도한 가사노동과 육아 책임, 직장에서의 눈칫밥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미혼 직장 여성들은 "뭐 잘났다고 잘난 남자만 찾느냐"는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결혼의 첫 번째 조건은 '호사스러운 생활'이 아니라 '내가 행복한 삶'이다.

 

저자들은 적령기에 잘 맞춰 결혼하는 예전에는 오히려 행복이 결혼의 전제조건에 들지 않았으나, 지금의 30대 여성들은 행복하지 않은 결혼을 당연히 거부하게 된 것 뿐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결혼파업'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결혼파업 역시 결국은 결혼이나 가족제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골드 미스들의 변화와 희생을 요구할 게 아니라 사회가 먼저 '공정한' 결혼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6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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