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전주와 완주의 역사와 문화를 집대성한 완산지(完山誌)가 완역되어 나왔다. 전주문화원이 전북대 이희권 명예교수에게 의뢰해 서울대 규장각 소장본을 기초로 번역한 것이다.
일제때 일본어로 간행된 전주부사(全州府史)가 지난해 국역된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더욱 반갑다. 시민들이 향토사를 쉽게 접하고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듯 싶다.
완산지는 조령(朝令)에 의거하여 편찬된 전주부의 관찬(官撰)읍지다. 당초 1759년 '전주부읍지'를 시작으로 1793년 '호남읍지 전주편'으로 간행되었고 1895년 '호남읍지 완산편'으로 보완되었다. 이번에 번역한 것은 1907년 이후 필사한 것이다.
조선시대 완산(全州府)은 오늘날의 전주와 완주, 김제 일부를 아우르는 행정구역이다. 전라감영이 있던 호남의 수부(首府)로서, 56개 군현을 관장했다. 이 책에는 연혁, 산천(山川), 누정, 호구(戶口), 전부(田賦), 묘전(廟殿), 학교(서원), 성지(城地), 공해(관아의 건물), 역원(驛院), 불우(佛宇), 장시(場市), 상납(上納), 노비, 고적(古蹟), 고사 등 35개 항목과 인물편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만경대의 암각시를 비롯해 고덕산성(남고산성), 풍월정, 한벽당, 비비정 등에서 시객들이 읊은 80여 수의 시와 경기전, 선화당, 포정루 등의 상량문과 기원문 등 귀한 자료가 눈길을 끈다. 또 전주가 배출한 인물과 효자, 효녀, 열녀, 효부, 문신및 무신, 유림 등의 성명과 행적도 나와 있다.
고적편에는 장군수(將軍樹)와 호운석(虎隕石)에 관한 일화, 향리기언(鄕里記言)에는 전주의 풍수와 인물의 빈곤에 대해 적고 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관(官) 위주인데다 민초들의 생활이 적어 아쉽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자료다.
이러한 번역은 지역사 연구를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연구들은 서울 중심이었다. 중앙문화가 보편성을 강요하는 형세였다. 지역문화의 독자성이 무시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에 남아있는 전승자료를 지역민의 시각으로 정리·연구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지역의 정체성은 물론 자긍심을 찾는 일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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