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패배의 충격에 빠진 한나라당이 국정운영의 '대수술'을 준비 중이다.
당 주류에서는 현 정권의 독주.오만을 패인으로 꼽으며 이대로라면 향후 2년여간 국정수행은 물론 7.28 재.보선, 나아가 2012년 총선.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당 지도부 및 대통령실장 사퇴를 신호탄으로 고강도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일방적 소통'으로 점철돼온 국정운영 방식을 일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는 향후 여권의 권력지도를 그릴 차기 당권 등을 놓고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의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대화합 또는 대충돌의기로를 맞이한 것과 무관치 않다.
당 주류측을 중심으로 한 '국정쇄신' 요구는 오는 7일 연찬회를 통해 공식화되면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정운영 패러다임 바꿔야" = 당.정.청의 일방적 소통이 대결구도를 양산했다는 게 당 주류측의 대체적 견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견제심리가 확인됐고, 야당이 지방권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만큼 기존의 '불통(不通)국정'으로는 성공적 국정수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처방으로는 대야(對野) 관계 변화가 우선 꼽힌다.
국회뿐 아니라 야권이 절반이상 잠식한 지방권력간 소통을 위해서는 국정운영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친이계인 김용태 의원은 4일 "대결구도의 패러다임으로는 국정운영 자체가 마비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 등 야권과 국정과제를 공유하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정부와 국민의 소통에 있어 가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론 속에 쌍방향 통신에 익숙한 20∼40대층과 교감하기 위한 인적.구조적개편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국정과제 추진방식 등에 대한 재점검 목소리도 높다.
친이계 핵심인 진수희 의원은 "주요 국정과제들이 야당의 선전.선동에 의해 흔들린 측면이 있는 만큼 국정과제도 정돈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그대로, 세종시 동력상실" =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정국 장악력 약화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에 대한 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주류 내에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미세 조정'으로, 세종시에 대해서는 '기조 조정'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강승규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4대강 사업에 대해 "전면 중단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했고, 한 핵심 의원은 "다른 선거를 희생하는 한이있어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을 비롯해 종교.시민.환경 단체의 4대강 사업 중단 요구가 높고, 일방적 공사강행의 이미지가 짙은 만큼 대국민 홍보 강화는 물론, 필요하다면 속도조절 및 환경문제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세종시에 대한 당 주류측의 입장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충청권 완패로 충청민심이 확인된 데다 연초의 갈등을 재연할 경우 향후 국정운영에 적잖은 부담이따를 것이라는 점에서다.
한 주류측 의원은 "세종시는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며 "다만 관련 법이 국회에 넘어온 만큼 세종시 문제에 대한 매듭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적 대개편..총리교체 논란 부상할 듯 = 인적 대개편론도 당내에서 제기되고있다.
지방선거 민심의 요구가 국민과의 소통인 만큼 당.정.청의 라인업을 근본적으로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정태근 의원은 "국민은 인사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고,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정운찬 국무총리 거취 문제가 논란거리로 부상할 조짐이다.
지방선거 패배로 세종시 동력이 상실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정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한구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나온 총리 이하 중요한 사람은 물러나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계는 부정적이다.
강승규 의원은 "선거결과를 누구 하나의 책임으로 몰고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의 대폭 교체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요구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전교조 교사의 파면.징계 방침, 4대강 사업 반대에나선 천주교와의 소통노력 부족 등이 악재로 거론되면서 청와대.내각 쇄신 요구가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의 면모 일신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선 지도부 세대교체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영국 보수당이 선거 패배시 젊은 당대표를 내세워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던 만큼 한나라당 지도부도 젊게 바꿔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차기 전당대회는 친이.친박계가 당권을 다투는 구도에서 벗어나 당내40대 주자들이 나서서 당심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친이-친박 화합 '영원한 숙제' = 친이.친박 화합 문제도 영원한 숙제다.
지방선거 패배로 국정운영 방식의 전환과 함께 친이.친박 계파갈등을 이번 기회에 일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내에선 "선거패배의 1차 피해자는 이명박 대통령, 2차 피해자는 박근혜 전 대표다"(친이 권택기 의원), "민심은 친이.친박의 분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친박 서병수 의원)며 화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친이.친박 모두 상처를 입은 만큼 손을 잡고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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