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패배 속에 야권의 지속적인 내각 총사퇴 압박에다 추동력을 상실한 세종시 문제는 좌초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권 내부에서도 정 총리를 비롯한 내각 개편 등 쇄신론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총리도 자신의 거취와 관련, 마음을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 총리의 한 측근은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총리께서는 이제마음을 비운 상태"라며 "앞으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총리로서 역할과 직분에만 충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총리는 전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례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선(先) 청와대 쇄신.후(後) 대폭 개각'이란 국정 쇄신안을 건의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주요 정책도 큰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놓고 정 총리가 사실상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내각을 통솔하는 총리로서 이 대통령에게 민심수습책을 건의하는 형식이지만,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도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총리실 공보실은 발표문을 통해 "지금은 국내외적으로매우 위중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내각과 공직자들이 중심을 잡고 국정운영에매진해야 할 것"이라며 부인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주례보고를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독대가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총리가 대통령에게 내각 개편에 대해서는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겠지만 청와대 쇄신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총리실 일각에서는 총리의 '사의 표명'이나 '청와대 인적쇄신' 요구 등이 총리를 근본적으로 흔들려는 세력의 음모가 아니냐는 의심도 감추지 않고 있다.
정 총리도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에 쇄신을 요구할 계획이 있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신문을 안봐서 모르겠다"고 하는 등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하지만 정 총리 주변 인사들은 정 총리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심 이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지방선거 다음날인 지난 3일 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 사의를 표명한 것도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분석도 있다.
정 총리의 한 측근은 "총리께서는 앞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과 의무에 충실할 것"이라며 "지방선거에 투영된 민심을 수습하고 각 부처를 통솔해나가는 한편 각종 국정과제에 매진해 정책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총리로서 역할을 수행해 나가면서 '할 말은 하고, 짚을 것은 짚겠다'는의지도 갖고 있다는 게 이 측근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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