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우리 정부의 대응 논리가 시나브로 변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주요 외교당국자들이 나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면서 '안보리 결의안채택이 1차적 목표'라고 강조하다가 최근들어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설명을 공개적으로 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對) 국민담화를 통해 '단호한 대응'을강조한 직후 당국자들은 결연한 태도를 과시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담화 이틀뒤(5월26일)에 가진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무력공격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그 다음날(5월27일) "추후 어떤 결과로 귀결되느냐와 관계 없이안보리에서 우선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는 게 당연히 우리의 1차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언론들은 정부가 '강력한 안보리 결의'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보도를 주로 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천안함 문제를 공식적으로 안보리에 회부하기에 앞서 이뤄진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의 방미와 '6.2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새로운 대북제재결의는 일단 배제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특히 천 차관은 지난 1일 워싱턴에서 "안보리 조치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상징적, 도덕적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지난 8일 방중에 앞서서는 "북한의 천안함 격침에 대한 안보리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는 실익이 없다"고 언급했다.
실제 미국 측은 워싱턴을 방문한 천 차관에게 추가 대북제재를 안보리에서 추진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부 당국자들은 안보리 조치의 결의, 의장성명 등과 같은 형식보다는 그내용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자주 언급했다.
여기에는 사안에 따라 15개 안보리 이사국의 컨센서스를 요구하는 의장성명이 5개 상임이사국 중 반대하는 나라 없이 9개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한 결의보다 도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당국자들은 마치 언론들이 유엔 안보리 내에서 일어하는 외교적 관행 등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 뒤 자신의 논리를 개진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에 대해 소식통들은 "애초부터 이런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다가 상황이여의치 않으니까 마치 '그동안 오해가 있는 듯하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정직하지못한 태도"라며 "솔직하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안보리에서 '1차 목표'를 실현하지 못했을 경우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 위한 '물타기 작전'이라는 얘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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