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홀리데이'를 보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나온다. 1988년 10월 16일 지강헌 일당이 서울시 북가좌동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은 당시 TV를 통해서 전국으로 생생히 중계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특히 '돈 있으면 무죄, 돈 없으면 유죄'라는 뜻의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는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절규였다.
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된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돈 있고 '빽' 있는 자는 죄를 지어 재판을 받아도 특혜를 받고, 그렇지 못한 자는 중형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현실. 중형 그 자체보다 이 상대적 불평등이 그들을 분노하게 하는 원천이었던 것이다.
사건 발생 20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그 때 그 시절 서민들의 불만의 소리는 아직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가난은 대를 이어 가난을 낳고, 부자는 대를 이어 부자가 되는 세상. 재산이 세금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자들, 회사를 통째로 아들에게 물려주려다 '딱' 걸려도 쉽게 풀려나는 대기업 회장님, 억대 뇌물을 받고서도 철창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형량을 채우기도 전에 특별사면을 해주니 돈 있는 자들은 법이 두렵지 않다. 그들에게는 친절한 돈과 권력이 있기에 지금도 '유전무죄(有錢無罪)'는 통한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富者)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덕분에 부자가 되는 노하우, 투자의 기술, 가난을 탈출하는 방법 등을 다룬 책은 어느새 베스트셀러가 되어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서도 실천하지 않고, 단기간의 노력으로 성공을 이루려고 하니 정작 결과를 보지도 않고 중도에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조급증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가난에는 시간의 여유가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전라북도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16개 시·도(특별시 및 광역시 포함) 중 15위다. 가난한 전라북도가 바라보는 희망은 새만금이다. 새만금의 성공이 전라북도를 가난의 땅에서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공사를 끝내려고 하거나, 주변환경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서두르다 보면 일부 과정이 생략되게 되고, 결국은 부실공사가 되기 마련이다.
새만금 방조제 개통으로 오는 2020년까지로 돼 있는 새만금 내부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방조제 완전개통으로 새만금에 '수목 식재 공사'가 단기간에 공사를 마무리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가난의 공통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조급증이 새만금에도 벌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의 모델로 두바이가 거론된 적이 있었다. 비약적인 성장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지난해 말 금융위기를 넘지 못하고 좌초할 뻔했던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부도 위기 사태의 원인이었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 계획을 되짚어 보면서 새만금의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
전남 광양제철소가 금호도라는 섬을 매립하여 전남 동부권의 발전을 이룬 것을 난 지켜보았다. 금호도에서 태어나 이주민이 되어 20년을 광양에서 살았다. 지금은 전라북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앞으로도 내가 살게 될 전라북도의 미래가 밝기를 바라며, 난 전라북도에 살아갈 것이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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