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승(APEC 기후센터소장)
1960년대 영화에서 우리는 일기예보와 관련된 재미있는 화면을 보게 된다. 기상청에 근무하는 사위가 잘못된 일기예보를 따르다가 비에 젖은 옷을 입고 귀가하면서 처갓집 식구들로부터 무안을 당하는 희극적인 내용이다. 반면 작년에 상영된 영화 '해운대'는 지각변동으로 시속 800km의 엄청난 쓰나미가 발생하여 우리나라 최대의 여름휴양지인 부산 해운대에 밀어닥치는 재해를 다룬 공포 영화이다.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면서 지난 40여 년 사이에 기상 변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파급효과가 크게 변하였음을 알 수 있다. 1960년대의 기상예보는 오늘 출근할 때 우산을 챙기고 가야 하는지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었고 예보가 틀려도 단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면 되는 일이었다. 반면 2000년대의 기후 변화는 '해운대'에서 보듯이 대규모 재해의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상영화가 아닌 실제의 상황을 살펴보자.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현상으로 2003년의 유럽 폭염은 3만5천여 명의 사망과 16조여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혔으며 2005년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태풍 '카타리나'는 1천300여 명의 인명피해와 약 148조원의 재산피해를 기록하였다. 지난 2008~2009년 2년 동안 동남아 지역에서는 기상의 돌발적인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약 30만 명의 인명이 사망하였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인 피해 규모는 약 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화 '해운대'에 나타나는 재난은 이미 전 세계에서 수시로 발생하면서 수많은 인명 손실과 재산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최근의 국내 상황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금년 4월까지 예외적인 저온으로 양식장에서는 물고기가 성장이 둔화되어 큰 피해를 주었고 수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또한 초봄의 한파로 과수원에서는 금년 가을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농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평균온도가 2050에는 1990년과 비교하여 약 4.0도 상승하여 온대성 기후에서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 부족 현상과 수질오염, 농산물의 병충해 증가와 토양의 황폐화는 물론 건강의 측면에서도 스트레스 증가와 말라리아와 같은 열대 질병이 토착 병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상의 변화는 재난과 관련된 사항만이 아니다. 국내의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약 50%가 날씨의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농업, 수산업을 포함한 1차 산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해운, 항공, 건설, 전기 및 전자, 음료, 섬유, 관광산업 등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보에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기상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상의 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원천적으로 기후변화의 발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 홍수를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불가능하다. 또한 정부가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재난안전관리체계'의 구축은 기후변화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손실이 이미 발생한 이후에 피해를 복구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기후변화를 사전에 예측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기후변화의 예측이 필수적이다.
현재 기후예측은 단기예보, 3개월 예보, 6개월 사전예보의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나 정확성은 단기예보를 제외하면 30% 수준에 미달하고 지역별로도 세분화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만약 정부가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약 50% 수준으로 높이기 위하여 기존에 산재해 있는 연구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기술개발 투자를 합리적인 수준까지 조정한다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는 물론 전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물론 경제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진승(APEC 기후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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