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와 계약이 끝나 새 팀을 물색하는 베테랑 투수 박찬호(37)가 거취에 대한 복잡한 심경과 각오를 털어놓았다.
박찬호는 14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나는 어디로 갈까...박찬호'라는 글에서 빅리그에 잔류할 수 있다면 주어진 환경에서 야구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인간으로서 경험을 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기 거취에 대해 "어느 팀으로 가야 할지의 문제가 아니고 어떤 야구 경험을 해야 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우선 목표가 아니라 더 많은 경험 속에서 더 성숙한 야구 공부의 시간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박찬호는 자신을 '포장이 멋지고 화려하지만 속이 텅 빈 상자'에 비유하며 그간 빅리그 생활이 개인적으로 다소 허망했다는 심경도 털어놓았다.
그는 "포장은 부와 명예, 그리고 여러분(야구팬)의 마음으로 이뤄져 아주 멋지고 화려하며 사람들은 아름다워서 존경스럽다고까지 표현한다"며 "그런데 나는 그 상자 속에 있는데, 진짜 나는 정작 상자 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쓸모 있는 물건이 더욱 값진 물건이지 멋진 포장 속에 있다고 해서 진짜 값진 것은 아니다"며 "부와 명예 또한 늘 버려지는 포장지에 불과하지 않나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최근 5개 구단이 자신을 2, 3번째 또는 그 이후의 후보로 삼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영입 리스트에서 빠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가 예전보다 훨씬 빈약해지고 새로 둥지를 트는 구단이나 자신의 인지도도 현격히 떨어지는 등 빅리거로서 위상이 수직으로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박찬호는 "수많은 경험으로 느끼고 배워서 이로움을 나눌 수 있는 '큰 마음'을 상자 속에 채우겠다"며 "나에게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더욱 강해지고 '큰 마음'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나라를 위해 일하는 젊고 좋은 일꾼의 위치에서 멀어지는 현실이지만 언젠가 그 좋은 일꾼을 길러내는 노장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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