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지 (전북대신문 편집장·문헌정보학과 3학년)
신묘년 첫 해가 떠오른 지 나흘이 지났다. 새해가 되면 으레 계획 하나 쯤은 세우기 마련이다. 필자의 계획 중 하나는 토익공부를 위해 '영어학원 등록하기'였다. 이에 며칠 전 부푼 꿈을 안고 당당하게 학교 앞 영어학원을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접수처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데 아뿔싸. 이미 오전 강좌는 마감이란다. 한 강좌당 200명 정원인 것으로 알기에 일찍 서둘렀다고 자만했던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아마 이 학원말고도 2011년 전국 곳곳의 대학가 주변 학원은 같은 풍경일 것이다.
각종 학원 이외에도 대학생들이 찾는 곳은 학교 도서관이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점심시간에 들른 도서관 매점은 '밥터디'로 도시락을 싸온 학생들이 종종 보였다. 여기서 '밥터디'는 공부는 따로 하고 밥만 같이 먹는 스터디 모임을 말한다.
이들을 비롯해 전국의 대학생들은 '취업'이라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에 걱정 없는 대학생이 누가 있을까. 필자 역시 올해 4학년으로 올라가기에 여실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찾은 고향집에서도 부모님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다. "휴, 우리 딸 취업이 잘 돼야 할텐데……." 부모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쯤에서 필자는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을 꿈꿔본다.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은 넘쳐 나는 대졸자에 비해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의 고졸자 중 61%가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이는 OECD국가 중 1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웃나라 일본 46%보다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업준비생들은 여전히 대기업이나, 공사, 금융기관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처우가 좋은 기업에만 취업하려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줄어가는 공무원, 공기업 사원 수를 생각해볼 때 무언가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정부의 효율적인 일자리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해결이 정답은 아닌 듯 하다. 부모님과의 대화 중 새로 알게된 사실. 조리사인 어머니의 직장에 같이 일하던 사람이 그만뒀는데 일하러 온다는 사람이 일주일 째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다는 한숨 섞인 푸념에 변화된 사회를 체감할 수 있었다.
모든 취업준비생들은 성공적인 취업에 목마른데 다른 한편에서는 사람이 없어 허덕인다. 외국인 노동자 등으로 인해 이제 단일민족사회가 아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뉴스보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취업을, 한쪽에서는 구인을 걱정하는 모순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주, 아는 선배가 필자에게 조심스레 취업 소식을 전했다. 선배는 "그렇게 좋지 않은 작은 회산데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필자는 좋은 곳인지 안 좋은 곳인지 어떻게 아냐고 이런 취업난에 취업하신 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여전히 중소기업은 대학생들에게 기피대상인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은 독자가 필자는 어디 취직할 것인지 물을 것만 같다. 사실 필자는 작은 회사에서 큰 꿈을 키우고 싶다. 그 꿈을 위해 내일도 영어학원에 갈 것이다. 토끼해인 2011년, 전북의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 양수지 (전북대신문 편집장·문헌정보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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