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지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바야흐로 봄이다. 꽃샘추위로 겨울점퍼를 다시 꺼내 입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교정엔 목련과 산수유, 개나리가 꽃을 피웠다. 이제 곧 벚꽃이 피면 제대로 따뜻한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봄도 다른 대학생에게는 아직 오지 않았나보다. 며칠 전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교 측이 새내기 등록금 동결 등 6개 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인 '채플'(기독교 예배) 수업을 거부키로 했다. 고려대 학생들도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건물 등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인하대도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에 들어갔다. 지난 2일에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학생 1천여 명이 집회를 열고 정부에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행히 국립대에 다니는 필자는 이런 등록금 걱정을 던 편이다. 그래서 이런 얘기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주위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현실은 더 고달팠다.
서울 모 사립대에 다니는 친구는 일주일에 두 번 수업하고 30만원을 받는 과외를 뛴다. 이런 과외 2개에 남는 공강 시간에는 학교에서 하루에 2시간 씩 근로장학생으로 일을 한다. 그렇게 버는 돈이 한 달에 84만원이다. 하지만 서울 물가는 지방에 비해 월등히 높다. 친구는 알바비로 월세와 밥 값하면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이 친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방 사립대에 다니는 친구 B는 식당에서 5시간씩 서빙을 한다. 이렇게 해서 하루에 버는 돈은 2만1600원. 이 돈으로 한 학기에 380만원 하는 등록금을 내기란 턱없이 부족하다.
시골에서 부모님이 자식 대학 보낼 때 소를 팔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를 팔아도 한 해에 천 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국민소득과 대학수준이 우리나라 대학들보다 월등히 앞서나간다.
정부는 올해부터 등록금 인상률에 대해 가이드라인 3%를 제시하고 장학금을 확대하는 한편 학자금대출의 금리를 4.8%로 낮췄다. 학자금 대출은 대부분 취업 후 상환을 시작한다. 이는 취업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청년 빚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만든다. 눈앞에 보이는 학자금 대출 금리를 낮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등록금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에게 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대학은 재정자립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요즘 들어 유럽의 교육정책이 부러워진다. 프랑스는 한 해 15~20만원, 독일은 비싸야 70~80만원이다. 특히 교육경쟁력 1위로 평가받고 있는 핀란드를 비롯하여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교육을 상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은 물이나 공기와 같은 공공재이며, 사회구성원들이 두루 차별없이 누릴 수 있는 재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기회 균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유럽에서 살고 싶은 꿈도 생겼다.
헌법 제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해 놓았다. 법은 이렇게 공명정대하게 밝혀 놓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비통하다. 세상에는 봄이 왔지만, 우리나라 대학생에게는 아직도 추운 겨울이다.
/ 양수지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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